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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닥터 지바고 - 혁명도 막지 못한 인연의 끈

효준선생 2012. 3. 31. 00:59

 

 

 

 

 

닥터 지바고가 뮤지컬로 공연중이다.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니만큼 컨텐츠에 대해 의심을 품을 이유는 없지만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진 직후 공연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덕분에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른 모양이다. 그 뒤에 절치부심 전열을 가다듬고 새로운 호평이 나오는 차, 직접 눈으로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작품으로 알려진 원작 소설 닥터 지바고는 왕정붕괴와 혁명, 그리고 이어진 사회주의 국가 설립의 아수라장 같은 시대상황하에서 개인의 일상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 지를, 사랑이라는 극히 개인적인 문제에 접목해 절절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이자 의사였던 유리 안드레이비치 지바고는 이른바 부르조아 집안 출신으로 그에겐 토냐라는 현숙한 아내가 있다. 그럼에도 총기사고 현장에서 조우한 라라를 만난 뒤 그의 인생역정은 격변기 시대흐름과 역행하게 된다. 개인의 사랑은 혁명이라는 큰 조류앞에서는 무시될 수 밖에 없는 가치임에도 그들의 사랑은 마치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듯 끊어졌다 이어졌다를 반복한다.


아내가 있는 남자의 또 다른 외도처럼 보이는 이 테마에 세상사람들이 흥분한 이유는 역사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1920년 전후 러시아의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쾌감때문으로 보인다. 총과 이념으로 무장된 사회속에서 마치 가냘프게 피어난 겨울 꽃처럼 보이는 유리와 라라의 러브스토리는 낯선 질감의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국에서는 출판금지조치 당한 책의 원고가 마치 비밀작전을 펼치듯 몰래 외국으로 반출되어 이탈리아에서 첫 선을 보였다는 점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 모양이다.


한 국가의 통치 이념을 정통으로 다루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시절의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닥터 지바고는 꾸준히 관심을 받아왔던 작품이다. 시간의 흐름이 주는 진폭도 크고 역동적인 내용이라 무대위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지만 무대 설치나 효과, 음악은 훌륭한 편이었다. 26명의  액터들이 합을 맞춰 열연해낸 움직임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시베리아 삭풍속에서 갑자기 불어닥친 전대미문의 혁명의 회오리속에서 집단이 아닌 개인의 감정을 갖고 살아보려고 했던, 한 재주많은 예술혼의 피지 못한 아쉬운 사랑의 이야기. 잘 알려진 테마곡과 어울려 명작의 풍미를 선보이고 있다.

 

잠실에 있는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중이며 85분과 70분으로 나뉘어 20분의 인터미션 포함 거의 3시간 공연이다. 개인적으로 2부 전반부인 유리아틴으로 간 지바고 가족과 이어지는 지바고와 라라의 해후 부분이 마음에 든다. 주인공인 지바고에 조승우, 홍광호 더블 캐스팅. 지바고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라라에도 주목을 해보면 좋을 듯 싶다.  

 

 

 

 

 

 

 

 


닥터 지바고

장소
샤롯데씨어터
출연
조승우, 홍광호, 김지우, 전미도, 최현주
기간
2012.01.27(금) ~ 2012.06.03(일)
가격
VIP석 130,000원, R석 110,000원, S석 90,000원, A석 7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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