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시체였을까? 악당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그 악당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인 시체를 빼돌리려는 의도는 이해가 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죽은 뒤 몇 시간 뒤부터 부패와 사후강직이 일어나면서부터 염을 제대로 하지 않은 이상 시체는 운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설사 염을 제대로 했다손 한국인의 정서상 돌아가신 분의 시신을 마구잡이로 내팽겨치고 묻었다 꺼냈다를 반복한다는 건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가 줄기차게 시체와 관을 고집하는 건, 그게 시체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은유한다고 믿었기에 웃으면 볼 수 있었다. 죽음을 놓고 돈을 버는 직업을 열거해보자, 병원, 장례업자, 보험회사, 그리고 장묘회사등등이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선 이들 직업이 골고루 등장한다. 무엇때문인가. 바로 돈이다. 돈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그 끔직한 시체 운반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시체의 팔뚝안에 박혀있는 모종의 정보가 심어져 있는 칩을 꺼내기 위해.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럼 관에서 시체의 팔뚝을 꺼내고 칩만 챙기면 될 텐데 줄기차게 시신을 고집하는 걸 보면 어리석던지, 아니면 칩처럼 작은 크기의 물건 가지고는 비주얼이 안 살아 난다고 생각한 듯 싶다.
영안실, 철거 직전의 아파트, 심지어 새벽의 공원묘지를 돌아다니며 악당의 무리와 시체 뺏기 게임을 하는 걸을 보니, 우리의 일상도 그들과 비슷한 것 같다. 타인의 주머니 속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먹고 사는 것이고 먹고 살려면 그 돈을 지불해야 내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세상을 지내다 보면 결국 한 평도 안되는 좁은 관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고.
죽은 뒤에서야 관 속에 들어가니 그 답답함을 어찌 알겠는가 요즘엔 일부러 살아서 관속 체험도 해보고 유서도 미리 작성해보며 잘 죽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는데, 죽음이라는 피하고 싶은 화두를 소재로 이 영화 얼마나 선전을 할지 두고 봐야겠다. 연구소 운영비도, 아빠 병원비도, 아무튼 이런 저런 돈도 다 중요하지만 돈 내고 극장에 들어온 관객을 확실하게 웃겨줄 영화가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
시체가 돌아왔다 (2012)
Over My Dead Body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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