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밀레니엄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 제대로 열 받았다

효준선생 2012. 3. 25. 07:03

 

 

 

 

 

스티그 라르손의 소설을 가지고 스웨덴의 다니엘 알프레드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밀레니엄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가 개봉대기중이다. 제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바 2부에 대한 기대도 못지 않았다. 이미 만들어진지 꽤 된 영화인지라 이미 본 사람도 적지 않고 소설원작을 통해 대강의 줄거리는 노출된 상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2부의 강력한 이야기꾼이 되는 리스벳의 행동반경이 어떤 양태로 펼쳐질지 매우 궁금해졌다. 1부가 방예르 그룹이라는 재벌가의 은폐된 비리와 왜곡된 가치관을 꼬집는 것을 주요한 이야기거리로 삼았다면 2부에선 본격적으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리스벳의 현재와 과거를 비수처럼 날카로우면서도 상당히 인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1부(닐스 아르덴)와 2부의 감독이 달라서 그런지 이번 영화의 분위기도 약간 다른데, 전편이 한겨울의 얼음장을 깨고 그안에다 손을 집어 넣은 채 물고기를 잡아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2부에선 초가을 어느 단풍이 든 산장앞에서 못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힘들어 하는 소녀의 감성이 느껴졌다.


1부를 보지 않으면 약간 이해가 안가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밀레니엄 잡지사의 편집장인 미카엘과 리스벳의 애매한 관계도 그렇고, 터질 것 같이 부푼 배에 욕지거리나 다름없는 문신을 새기며 사는 한 중년남자의 정체도 잘 이해가 안될 듯 싶다. 이들의 존재는 뒷부분에 간략하게 설명은 되지만 리스벳의 복수를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만 이해하면서 봐야싶다.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사에 상당히 매력적인 취재아이템을 들고 찾아온 견습기자, 그런데 자기 애인과 함께 피살체로 발견된다. 1부에서 리스벳의 관찰관이자 그녀를 겁탈한 인면수심의 변호사도 마찬가지 신세가 된다. 조용히 살려고 했던 리스벳을 조여오는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우연히 연락이 닿은 미카엘은 그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영화의 헐리웃 리메이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빗 핀처의 영화에서 가장 각광을 받은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닝 시퀀스였다. 걸죽한 원유같은 액체와 라이터에 의해 발화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그 장면은 바로 2부의 주요한 동기가 된다. 리스벳의 어린시절은 결코 풍요롭거나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그저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하룻밤 여흥의 결과 태어난 아들과 딸들이 마치 세상에서 악마처럼 살아감에도 눈 하나 껌뻑하지 않는 남자, 다들 그 남자를 향해 억만의 욕을 퍼붓겠지만 사실 현실에서 없는 일도 아니다. 게다가 딸의 치기어린 복수로 평생을 가슴에 화를 넣고 살았을 법하지만 이제와서야 그 복수의 복수를 하려는 한 가족의 섬뜩한 파멸과정을 보며, 저들은 전생에 무슨 원한관계였을까 만 떠올랐다.


노미 라파스가 데이빗 핀처 버전에서 같은 역을 맡은 루니 마라보다 낫다고 말 할 수 있는 건 바로 2부에서의 그녀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결코 웃지 않는 표정과 마치 목표물을 발견하고 응시하는 눈빛이 맹수를 닮았다. 그리고 움직인다. 작은 몸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작은 소녀가 사랑이라는 걸 받아보지도 못한 채 파국을 알면서도 달려드는 독한 모습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다. 하지만 당해봐라. 자신을 겁탈한 남자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하듯, 그녀는 자신을 낳아준 친부에게도 못지않는 선택을 감행한다. 앞으로 남은 것은 하나일 듯 싶다. 나약한 자신을 보호해주기는커녕 방치해두다 시피한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을 다음 편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밀레니엄 : 제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2012)

The Girl Who Played with Fire 
8.3
감독
다니엘 알프레드슨
출연
누미 라파스, 미카엘 뉘크비스트, 레나 엔드레, 소피아 레달프, 피터 안데르손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스웨덴, 덴마크, 독일 | 129 분 |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