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 지음(知音)이란 말 입가에 맴돌다

 

 

 

 

세상 부러울 게 없어보이는 부자지만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실족하는 바람에 척추를 다치고 목 아래부분은 꼼짝도 못하는 남자 필립, 아프리카 세네갈 이민자 출신으로 가진 건 허우대와 넉살뿐인 청년 드리스. 비록 프랑스의 식민정책으로 적지 않은 아프리카 인들이 프랑스에서 자리잡고 살고 있지만 그들에게 프랑스는 낯선 타국일 뿐이다. 간신히 정부보조금을 받아가며 살고 있는 그들에게 희망의 빛을 찾기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검은 피부의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이라도 지날라치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해 보였다. 그런 동네 양아치와 달라 보이지 않던 드리스, 구직활동 허가서나 받을 요량으로 필립의 간호조무사로 면접을 보고 뜻밖의 합격 통지를 받는다.

피부 색깔로 사람의 전체를 판단하려는 의도는 주로 백인에게서 출발할 것이라 믿고 싶지만 같은 유색인종이면서도 우리 역시 동남아 출신의 다소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그들을 경원시해온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재벌 아들이 자신의 병간호를 위해 필리핀 출신 남성을 간호조무사로 들인다는 건 녹록치 않아 보인다. 편견일 수 있지만 현실에선 그렇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도 그런 현상은 드물지 않다. 주인 어른인 필립의 경우, 주변에선 드리스의 전력을 문제삼아 집안으로 들이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럼에도 필립에게 드리스는 천생의 협력자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에서 필립과 드리스라는, 사회계급에 두 사람을 놓고 보면 극과 극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무엇이 통했던 것일까? 면접장에 온 백인 후보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웃을 돕고 싶고, 아픈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고, 또 돈을 위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드리스는 좀 달랐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필립앞에다 신나는 댄스곡을 모르냐며 몰아세우고, 귀찮기만 한 주변일상속으로 필립을 끌어들인다. 마치 필립이 전신마비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내 몸이 아픈 건 사실이지만 주변의 시선도 내가 아픈 사람이라고만 여긴다면 얼마나 우울해질까 불편하지만 그것을 돕는 걸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한다면 도와달라고 말하기 얼마나 버거울까? 드리스는 필립에게 형님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펜팔중인 여자에게 직접 만나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거기에 필립의 딸의 고민과 이웃의 주차장 문제까지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모습을 보이며 시중이나 들러 온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동생처럼 살갑게 굴었기 때문에 둘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지하고픈 마음도 강해지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됨을 직감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엔딩처럼 쌈박하게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속마음을 헤아려주는 지음관계였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더 이상 필립에겐 휠체어를 끌어줄 남자 간호조무사보다 평생의 반려자가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자신의 자리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유쾌하게 해답을 제시해준 드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간호조무사, 아니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관객들은 분명 공감할 것이다.

기분 좋은 영화는 화면에 보이는 화려함에 취해서가 아니다. 물론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과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는 모습도 상쾌해보였다. 그러나 더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의 소통과 그게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전이되는 과정과 스토리텔링에 있지 않았을까? 이 영화 자체로도 행복한 영화지만 보고나면 보기전보다 10배는 기분 좋아질 영화다. 중간 중간 삽입된 클래식 넘버와 드리스의 멋진 춤사위도 두 번 듣고, 두 번 보고 싶은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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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터처블 : 1%의 우정 (2012)

Untouchable 

9.2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톨레다노

출연

프랑수아 클뤼제, 오마르 사이, 앤 르 니, 오드리 플뢰로, 클로틸드 몰레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프랑스 | 112 분 |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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