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양자탄비 - 혼돈의 세상을 향해 한방 쏘다

효준선생 2012. 3. 19. 01:26

 

 

 

 

1920년 중국은 군벌이 정국을 좌우했다. 만주족이 세운 청 황조의 마지막 황제 부의는 하야한 지 오래되었고 자금성 골방안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혁명이 일어난 지도 10년이 넘어가니 모든 걸 일신하자는 분위기도 사라지고 일제의 검은 야욕을 막아내는데 급급했으며 군벌은 자신들의 군사력과 자금력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해나갔다.


군벌에 속하지 못하는 비루한 자들은 오합지졸 몇몇을 모아 비적행세를 하며 시세를 관망했으며, 돈이 좀 있는 부자들은 군벌의 비호를 받거나 깡패 몇몇의 비호를 받으면서 행세를 했다. 영화 양자탄비는 바로 이즈음 중국의 가공의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헤게모니 쟁탈을 앞두고 비적과 지주간의 신경전을 시니컬하면서 유머러스한 그린 차이니즈 웨스턴 무비다.


서부영화가 이탈리아 자본에 의해 만들어져 이른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부른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외견은 어쩐지 서부영화의 틀을 본 땄다. 제목에도 나타났듯 자탄은 중국어로 총알이라는 뜻이다. 총기류가 어느 정도로 보급되었는지 모르지만 영화속에서 총과 총알은 비유적으로 작용한다. 주인공이 총을 쏘았는데 목표물에 바로 박히지 않은 듯 싶었다. 불발이거나 빗나갔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달리는 마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맞춰진 뒤 달리는 힘에 의해 알아서 해체되도록 했으니 굳이 여러발을 쏴가며 낭비할 필요가 없는 고수의 한 방이라고 보면 맞다.


문제는 이 마차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돈을 주고 마을의 현장 자리를 사서 부임하러 가는 참이었다. 겨우 목숨만 구한 그는 이미 죽은 자를 현장으로, 자기는 비서라고 속이며 구차한 목숨을 부지하건만 비적의 두목은 그를 죽이지 않고 마을로 들어가 자신이 부임차 온 신임 현장이라고 행세했다.


어느 지역이건 지주들은 존재했다. 비록 관직에 있진 않았지만 관리위에 군림하며 마을의 질서를 유지했던 그들은 새로운 현장을 구슬리기 위해 재물과 여자를 안기며 회유했다. 바로 이 과정에 가짜 현장으로 온 비적 두목과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 믿는 지주,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연명하려는 힘없는 자의 처세가 주요한 줄거리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는 건,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연기파 배우 셋이 뭉쳤다는 것이다. 주윤발, 강문 그리고 갈우는 제 옷을 입은 듯 펄펄 날았는데, 그 중에서도 갈우의 설레발과 독특한 처세방식이 가장 인상깊었다. 물론 메가폰을 든 강문은 이 영화를 액션이 아닌 유려한 대사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고 애를 썼는데, 중국어에 능통하고 그들만의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 입장에선 쉽지 않는 과정이었다.


중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타이틀이 알려주듯 이미 개봉한 지 꽤 오래된 영화지만 중국영화의 부흥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영화다. 양조위와의 결혼으로 팬들을 놀라게 한 유가령이 탕비서의 부인역으로 등장한다. 엔딩에서 다소 예상외의 죽음으로 마무리 되는 점이 허탈하지만 그동안 강문 영화가 지향해온 냉소적인 분위기가 이 영화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  

 

 

 

 

 

 

 


양자탄비 (2012)

Let The Bullets Fly 
9.2
감독
강문
출연
주윤발, 게유, 강문, 요범, 소병
정보
코미디, 액션 | 중국 | 132 분 |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