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르마딜로 - 무엇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가

효준선생 2012. 3. 20. 00:34

 

 

 

 

어느 학자 왈 인간이 만든 가장 비효율적인 집단은 군대다. 그럼에도 인간은 방위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전쟁대비에 막대한 자금과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뿐 아니다. 20대 전후의 피끓는 젊은이들은 생업대신 전선에 불려나가 고된 훈련과 정해진 복무기간을 마치거나 혹은 그 일을 업으로 하고 산다. 그러나 그 일련의 명제와 과정에 대해 경시하는 발언이라도 하는 날엔 이적행위라는 레드카드가 날아온다.


敵의 개념의 반대는 我다. 그런데 이 我와 敵은 반드시 일대일로 반응할까? 전쟁터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근세기 들어와 열강의 개수도 늘고 헤게모니를 쥔 나라의 눈치를 보면서 살려고 하니 원치 않는 전쟁터에 별다른 적개심도 갖지 않은 채 투입되는 일도 생겨났다. 그러니 적의 진지에서도 서로 자기와 친한 편을 끌여들이다 보니 결국엔 이쪽과도 저쪽과도 관계가 있는 나라에선 곤란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전쟁으로 삶의 정취가 피폐해졌으니 제발 이젠 그만 좀 하자면 반전운동이 일어난 적도 있다. 잠시 지구인들에 소강상태라는 게 찾아오나 했더니만 또 다시 가장 친한(척 하는) 나라에서 군인 좀 보내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다. 석유를 안판다거나, 나중에 우리가 어려운 일에 처할 때 도와주러 안 올지도 모른다는 협박을 받았든, 아니면 지레짐작으로 위축되어 오냐오냐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피를 보는 건 일선 군인 장병들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어르신이 현장에서 총을 잡을 것도 아니고 군대의 노고스러움을 어떻게 아는 지 제 아들은 전부 후방으로 돌리거나 아예 면제를 시켜버렸으니 정작 남는 건 신체 건강한 상대적으로 돈 없고 권력 없는 집 자식들이다. 그렇다고 제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도 없다. 이른바 용병인 셈이다.


영화 아르마딜로는 덴마크 병사의 아프카니스탄 파병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라기 보다 종군기자가 쫒아가 죽지 않고 찍어온 영상물을 현실감 있게 편집해낸 동영상이라고 보면 어울릴 수식이다. 그만큼 가공된 스토리를 배제하고 리얼리티만 찍어 담은 영상이기에 매우 건조하다. 전쟁 영화 같지만 싸워서 이기거나 멋진 전투장면이 담긴 것도 아니다. 촬영장비를 든 스탭의 운신의 폭을 감안하자면 심지어 각자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敵은 카메라 앵글에 제대로 잡히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배우가 아닌 죽여야 우리가 사는 탈레반이기 때문이다. 총알이 스탭을 피하가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탕소리가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고 숨기 바쁘며 그런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전쟁 찬양영화인가? 그렇지는 않다. 방금 전 내 옆에서 총을 쏘던 동료가 죽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와 여기와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후회하는 모습, 그리고 탈레반이 아닌 현지 민간인들을 보면서 이곳은 그토록 떠들던 악마의 땅이 맞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반전영화의 냄새도 풍기고 있다.


하지만 둘 다 똑 떨어지지는 않는다. 전투에 참전한 애송이급 병사들은 전투를 해가면서 점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을 새로운 환경에 담아놓으면 알아서 적응을 해나가듯 이들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굴을 만신창이가 된 지휘관이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자의에 의해 다시 전장으로 돌아오고 일차 파견근무 기간이 끝나 귀국한 뒤에도 다시 아프카니스탄으로 가겠다며 총신을 부여잡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누굴 위한 전쟁인지를 따져 묻기 전에 전쟁이란 인간이 만든 가장 극악한 행위에 대해 痲木해져버린 인간군상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 북유럽의 강소국 덴마크가 왜 아프카니스탄 내전까지 투입되어야 하는지, 그게 더 답답했다.


아르마딜로는 천산갑이라는 동물이다. 위기에 닥치면 몸을 둥글게 말아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파견부대의 이름이다. 한국의 청해부대, 동명부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들의 안위뿐 아니라 아프카니스탄의 힘없는 서민들에게도 평화가 하루빨리 오길 고대한다.

 

 

 

 

 

 

 


아르마딜로

Armadillo 
6.3
감독
야누스 메츠 페데르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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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다큐멘터리, 전쟁 | 덴마크 | 100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