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크로니클 - 차라리 가지지 않음만 못했던 초능력

효준선생 2012. 3. 18. 00:04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장르 영화가 어느새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 화면에서 배제된 채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이 영화의 정수라고 알면서 보았던 시절을 지나 마치 바로 옆의 친구(배우)를 따라 현장에 함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영화 용어로, 최근 파라노말 시리즈의 흥행에 힙입어 시도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 장르의 장점으로는 무엇보다 연출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데 있다. 촬영감독은 최소화되고 배우들이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기법으로 인위적인 효과든, 우연의 일치든 흔들림, 각도의 불균질, 심하게 NG장면처럼 보이는 것들이 그대로 삽입된다. 물론 제작비역시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크로니클은 기록물이라는 의미의 제목답게, 세 명의 주인공의 한 때를 담아 놓은 내용이다. 누가 시킨 것처럼 정체불명의 물체와 접촉한 뒤 생겨난 초능력, 물리의 기본 개념을 완전히 무시한 채, 염력에 가까운 초능력을 써가며 가슴속에 잠재운 분노를 서슴치 않고 분출하는 장면들을 담아내고 또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자신의 몸무게의 수 백배는 될 법한 물체들을 가볍게 들었다 놓는 능력을 배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슈퍼 액션 히어로의 탄생을 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다가 아닌 듯 했다. 이른바 슈퍼 히어로의 탄생은 다소 황망하기도 하다. 거미에 쏘이거나 머나먼 별에서 날라왔거나 박쥐에게 물렸거나 화공약품을 잘 못 다루어 불의 사고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반사회적 인물 혹은 악당을 물리치는 캐릭터였다면 이들의 시작은 어쩌면 순수해보인다. 첫 번째 인명 사고를 겪은 뒤 내세운 원칙들은 이런 것들이다. 사람에겐 사용하지 말자, 화가 날때는 사용하지 말자, 공공장소에선 사용하지 말자였다.


세 명의 청년 중에서도 앤드류에 주목해보면 이 영화가 단순한 액션 히어로 무비만은 아님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전직 소방관으로 사고를 당한 뒤 하드 드렁커로 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늘 쥐어터지는 소위 은따계열의 앤드류에게 주체못할 초능력의 발견은 산타클로스의 선물이었다.


이 영화가 이야기의 재미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많은 비용을 배제하기 위해 곳곳에 과도한 컴퓨터 그래픽을 넣고 그걸 본인들이 따라다니면 마구잡이로 카메라로 찍었다는 설정은 독특하다. 게다가 촬영자를 찍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케이시라는 보조 인물을 동원해 두 대의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 마치 나중에 한데 이어 붙인 것처럼 보여주는 장치들도 현명해보였다. 영화 막바지에 긴장감이 고조되며 액션이 거칠어지면서 이들의 모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은 주변의 CCTV에서 따낸 것 같은 효과도 아이디어 만점이었다. 문제는 쥐어줘서는 안될 네 소원은 무엇이냐며 들어준 너무나 큰 소원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면 결국은 골로 간다는 클리셰한 엔딩은 상대적으로 감동을 약화시켜 버리고 만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초능력을 악행에 사용하기 전까지 낄낄거리며 보여주는 신기한 장면들은 마치 마술쇼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학생들 앞에서의 서커스 장면, 쇼핑센터에서의 장면, 하늘을 날며 미식축구를 하는 장면들은 무척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나 자기의 트라우마를 제어하지 못하며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부분에선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한 죽음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헐거움과 들떠보이는 컴퓨터 그래픽의 조악함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주어진 엄청난 능력들, 설사 이들의 초능력을 말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능력들은 불공평해보인다. 하늘을 날고 물건을 비물리적으로 옮기는 장면이 멋지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불안해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듯 싶다. 

 

 

 

 

 

 

 

 


크로니클 (2012)

Chronicle 
7.3
감독
조슈아 트랭크
출연
데인 드한, 알렉스 러셀, 마이클 B. 조던, 애슐리 힌쇼, 마이클 켈리
정보
드라마, SF, 스릴러 | 영국, 미국 | 84 분 | 201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