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용문비갑 - 중원에 모여든 강호제군들이여

효준선생 2012. 3. 16. 02:07

 

 

 

 

명나라 3대 황제 영락제가 조카 건문제를 축출하고 황궁을 북경으로 옮겨온 뒤 그는 망상증을 앓는다. 그건 자신의 아버지와 조카를 추종하는 남경파의 복수때문이었다.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지 못하던 그는 새로운 도읍으로 정한 북경 자금성 이북의 작은 골목 안에 동창(東廠)을 만든다. 의심이 많았던 그는 이곳의 책임자로 환관을 기용하며 그 원칙은 동창이 없어지는 17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동창의 임무는 오늘날의 안기부의 모습과 흡사하다. 都察院(오늘날 법원), 大理寺(절이 아니라 오늘날 검찰에 해당하는 기관, 영화 적인걸에서 유덕화가 속했던 기관, 대리시라고 독음한다)라는 공식 감찰기관이 있었지만 명나라때 관리와 백성들을 벌벌떨게 하던 곳은 바로 錦衣衛와 이곳 동창이다. 쉽게 말해 금위의 어사들이 현장에서 불법분자나 반체제인물들을 잡아 들이면 동창에서 소리소문없이 처리하곤 했다. 그런데 영락제 이후 환관의 권력이 강해지면서 동창의 권한을 나누기 위해 멀지 않은 곳에 서창을 설치했고 이곳의 수장도 역시 환관중에서 황제의 신임을 받는 자들을 배치했다. 서창이 운영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권력 유지를 위해 이 두 곳의 경쟁적인 첩보활동으로 무고한 관리들이 잡혀 들어와 죽음을 맞이 했고 그로인해 명나라는 수렴의 시절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영화 용문비갑은 중원과 서역을 잇는 중간 지점에 있던 허름한 숙박시설 용문객잔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명나라의 엄혹한 시대상을 덧붙여 그럴 듯 하게 짜놓은 리메이크 작품이다. 감독 서극은 용문객잔 시리즈를 활용해 입체효과를 덧붙이고 이야기의 배경을 역사적 사실로 끌여들어 정말 있었을 법한 분위기로 만들어 간다. 무엇보다 인간처럼 보이지 않는 서창의 비밀조직과 대원들의 날랜 무술솜씨와 거기에 맞서 싸우는 일단의 무리들, 그들은 오합지졸이면서도 싸움의 당위성도 많아 보이지 않는 예 닐곱명의 인물들이었다. 그 안에는 동창과 서창에 원한을 가진 자를 위시해 궁궐의 권력자의 서슬퍼런 복수를 피해 도망친 궁녀부터, 용문객잔의 전 여주인, 몽골족의 전사까지 포함되어 제법 싸움을 할 줄 아는 멤버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설득력이 부족해 보이는 이야기 전개와, 액션이 줄거리를 압도하여 대체 어디로 가는 지 방향성을 잃어버릴 정도가 되니 날아가는 화살엔 감탄하지만 왜 쏘는 건지, 누굴 향하는 건지 혼동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찌르는 자, 막는 자가 엔딩 근처에서 한번 반전을 일으키지만, 이미 너무 먼길을 돌아왔기에 악의 아이콘이 좀 불쌍하게 보일 정도가 된다.


이 영화는 처세의 달인이자 표독한 황후의 상징인 만귀비와 나중에 황제가 되는 주우탱의 일화를 엮어 만든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선 만귀비가 죽는 사실까지 엔딩 크리딧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이연걸이 맡은 조회안을 따라다니는 궁녀가 임신한 장면으로 주우탱을 암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중국 무협영화의 쇠퇴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의미도 있고 볼거리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예전의 영화를 찾지 못하는 것은 과거 전성기때 익숙해진 홍콩 영화의 패턴을 중국영화에 비추어 보려는 영화 팬의 마음가지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하기사 연출을 맡은 서극이 그 유명한 천녀유혼, 동방불패, 첩혈쌍웅등의 창조자였음을 감안하면 이 영화가 요즘 약관의 영화팬들 눈높이에 어떨지 모르겠다.   

 

 

 

 

 

 

 

 

 

 


용문비갑 (2012)

Flying Swords of Dragon Gate 3D 
6.4
감독
서극
출연
이연걸, 주신, 진곤, 계륜미, 리위춘
정보
무협, 액션, 어드벤처 | 중국, 홍콩 | 120 분 | 201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