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이 백 페이지 - 이념과 행위 사이의 진실과 자기부정

효준선생 2012. 3. 13. 08:39

 

 

 

 

 

1968년 일본 니혼대학 괴자금 발견으로 야기된 학생들의 반발과 이를 무마하기 위한 학교와 공권력의 탄압으로 발발된 일본 대학생들의 연합 행동을 전학공투회의(이하 전공투)라 한다. 전후 복구와 동경 올림픽을 무사히 마치고 일본 경제는 부흥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전후 세대가 대학에 입학할 나이가 된 그 즈음, 일본 대학생들 사이에선 월남전쟁에 대한 반전사상이 조금씩 불었다. 거기에 기존의 정치권력은 이들 대학생들의 움직임에 대해 일종의 국가권력과의 투쟁으로 간주하며 힘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듬해 겨울 동경대 야스다 강당사건을 시발로 일본 전국의 대학교는 학생들과 공권력과의 대치상황에 함몰되었다. 당연히 학업보다 운동에 매진하게 되고 소위 식자층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영화 마이 백 페이지는 회고록 성격을 띤 영화다. 이즈음 학업을 마치고 새내기 기자가 된 사와다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미디어 그룹회사에 들어갔지만 소위 찌라시 잡지라는 얘기를 듣는 동도저널로 발령이 났다. 미소녀를 표지모델로 하는 잡지에서 그가 간절히 바라던 시대정신을 담아내기엔 그릇이 너무 작았다. 고심중인 그에게 마치 자신이 학생운동의 리더라도 되는 양 떠벌이는 우메야마를 통해 소위 운동권 학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이런 저런 취재에 응하게 된다.


우메야마는 캐릭터가 복잡다단하다. 전공투 시절의 열형 운동권 학생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가 말하는 시대정신이나 이념은 다소 이질적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늘 진짜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진짜는 무엇일까? 이 영화의 화자는 사와다로 봐야 할 것 같다. 그의 직장상사이자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선배기자, 그리고 어린 고교생 표지모델이면서도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마코. 그녀는 잭 니콜슨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잭 니콜슨이 우는 장면이 좋았다. 제대로 울 줄 아는 남자가 좋다.”


이 영화의 장르분야엔 뜻밖에도 논픽션 드라마로 적혀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란 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그 당시를 관통하며 사와다나 우메야마처럼 살았을 인물들. 나름들의 소신과 철학을 견지했을 터이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면 그때의 열정은 가슴 벅찬 일이었으나 아무것도 남겨진 것이 없다는 사실에 그저 눈물이 흐른다. 사와다의 눈물엔딩은 마코가 말했던 제대로 우는 남자를 표현한게 맞을까


지금도 몇몇 정치인들은 자신의 주장이 시대정신이며 정의라고 말한다. 기력은 다 쇠한 지난날 영웅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세상을 다 바꿀 것처럼 말하는 우메야마의 큰 소리 속에 감춰진 자기 부정의 목소리가 헛헛한 시절의 기억으로만 남는다. 엄청나게 길게 뽑아낸 각 장면마다의 롱테이크, 142분 상대적으로 寡少한 대사의 영화를 보고 나니 공복감이 밀려왔다. 

 

 

 

 

 

 

 

 


마이 백 페이지 (2012)

My Back Page 
0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마츠야마 켄이치, 쿠츠나 시오리, 이시바시 안나, 칸 하나에
정보
드라마 | 일본 | 141 분 | 201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