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서약 - 내 사랑을 다시 필요로 하시나요?

효준선생 2012. 3. 14. 00:16

 

 

 

 

 

영화 서약의 시작은 다소 충격이다. 젊은 부부가 좁은 차안에서 러브 모드로 빠지려는 순간 화물차가 와서 부부가 탄 차를 추돌한다. 그 순간 화면은 정지상태에서 슬로우비전으로 전환되고 마치 차량 안전성 실험때 마네킹이 차창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 처참한 영상이 보여진다. 그런데 그게 여자였다. 그나마 남자는 경상에 그쳤지만 여자는 부분 기억상실증에 걸려 도통 최근일을 기억해 내지 못한다.


추억과 기억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아시는가. 좋은 기억을 추억이라고 하지만 나쁜 기억을 추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쁜 기억을 굳이 떠올리며 상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사람에겐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쁜 일을 겪은 뒤 흔히들, 그 기억만 전체 기억속에서 지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바라기도 한다. 문제는 여자가 기억하고 있는 부분이 기억을 잃기 전 지우고 싶었던 부분이라는 데 있다. 심지어 자신이 지우고 싶어했던 기억의 부분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기에 그녀의 사고후 일상은 보는 내내 답답했다.


이 영화는 두 조각으로 나눌 수 있다. 사고를 당하기 전, 남편을 만나 알콩달콩 잘먹고 잘사는 이야기와 사고를 당한 뒤 남편을 기억하고 못하고 이미 자신에 의해 절연한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일반 성향의 로맨틱 코미디에다 감동을 얹은 영화라고 보기 시작한다면 전자에, 만약 한번 정도 비틀어 슬프면서도 스릴러적 드라마라고 여긴다면 후자를 선택해서 보면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두 편의 이질적인 내용이 화학적이 아닌 물리적으로 덧붙여져 있다.


이 영화가 내세우는 포인트는 이것이다. 기억을 상실한 여자, 깨어나 보니 한 남자가 자신을 남편이라고 주장한다. 사랑의 감정이 있을 수 없다. 기억이 남아있는 과거로 돌아가 대충 안주하며 살려고 하는데, 남편이라는 사람이 사사건건 끼어든다. 그래서 그 남자를 다시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사랑하며 살 수 있겠느냐는 화두다.


사랑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또 시들해지고 사랑했었다는 과거의 다짐과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밑밥으로 삼으며 정들어서 라는 이유로 사는 게 부부인데, 이들에겐 일정부분이 삭제가 된 셈이다. 그냥 사귀는 수준의 애인도 아니고 부부라는데, 본인은 전혀 느낌이 없다고 했을 때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심지어 날나리 같은 전 애인까지 구렁이처럼 혀를 널름거리는 판국에. 영화에선 친 아버지의 저급한 행동까지 언급이 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기사 예외적인 소재이기에 영화화되었고, 물론 실화인지라 엔딩장면에서 여자의 기억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함에도 잘 살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들 인연도 보통은 아닌 셈이다.


누가 누구랑 만나 정을 붙이고 살면서 부부입네 하기는 쉽지만 아내가 기억상실증에 빠져 자신을 소 닭 보듯 함에도 끝까지 사랑으로 감싸주는 모습이 정말 흔한 일은 아니다. 영화가 여자의 시각이 아닌 남자의 시각으로 전개된 이유도 바로 여기있는 것 같다. 누구라도 온전한 정신일때 사랑하라, 굳이 사고가 아니라 한쪽이 치매에 걸렸다 해서 내 반쪽이라는 생각으로 품에 안을 수 있을때 그 사람은 정말 사랑을 한 셈이다.


다들 좋을때 사랑의 서약을 하고도 다툴 때는 웬수보듯 하는 게 일상이지만 영화 서약을 보면서 사랑을 남자처럼 할 수 있는 지 물어볼 커플도 적지 않을 듯 싶다.

 

 

 

 

 

 

 

 

 


서약 (2012)

The Vow 
8.2
감독
마이클 수지
출연
레이첼 맥아담스, 채닝 테이텀, 샘 닐, 제시카 랭, 스캇 스피드맨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미국 | 104 분 | 201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