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태어나서 미안해 - 누구든 세상에 나와 할 일 하나씩은 있다죠

효준선생 2012. 3. 13. 00:55

 

 

 

청춘들은 글자 그대로 푸른 봄이어야 하는데 왠지 가을 낙엽색처럼 누르죽죽하다. 조기에 褐變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 찾아야 할까 아니면 외부의 환경요인에서 찾아야 할까 말들은 많을 법 하지만 영화 태어나서 미안해 속의 청춘들은 결코 청춘 같지 않음에 주눅들지 않는다. 그래서 씁쓸한 디테일을 들여다 보았으면서도 그다지 우울해지지 않았다.


KAFA Film 2012의 네 작품 중의 한 편인 영화 태어나서 미안해는 시들어보이는 청춘들의 자조적인 한숨이었다. 대안은 여전히 없다. 어제까지 그리 살았으니 오늘부터는 햇빛 쨍쨍이다라는 비약적 해결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고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그렇게 살지 모른다며 수수방관한다. 이젠 화도 나지 않는다. 주변에 그런 사람은 많다. 자기뿐 아니라 친구들도 그냥 그렇게 산다. 서로 돕기는커녕 민폐만 끼치는 친구들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없는 형편속에서 도와줄 수 있는 마음은 가지고 있다.


없는 청춘들은 바다를 유난히 좋아한다. 물론 이들도 군산 앞바다로 간다. 서해바다 썰렁한 겨울, 항만도시인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퇴락한 유흥가와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외국인 술집 종업원뿐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자기보다도 못한 처지에 오지랖넓게 도와주려다 된통 얻어맞지만 근데 그게 나름 쾌감이다. 임신이라며 수술비를 받아내는 재주에 친구들은 혀를 내두르지만 노래방 도우미를 전전하는 여자친구들은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있다.


주안, 요다, 덕정, 모란, 세류등 다섯 명의 남녀 친구들은 부나방처럼 보인다. 정규직 직업은 꿈도 못꾼다. 엄마 가게에서 알바를 하거나, 기타를 튕기거나 운전을 하거나 노래방 도우미로 근근히 하루를 산다. 악착같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접은 건지 아예 없는 건지 모르겠다.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며 입에 풀칠이나 하지만 요즘 걱정은 방세도 못내서 더 나쁜 조건의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정도다.


사실 조금 더 캐릭터에게 몰입해보면 정상적인 궤도안에서 남들과 어깨를 겨누고 행진하기엔 무리가 있다. 얼굴에 큰 반점이 있고 지나치게 뚱뚱하고 한쪽 다리를 전다. 그러나 신체적인 핸디캡은 그들에겐 문제가 아닌 듯 싶다. 바다에 도착한 일행은 이런 말은 한다. 안좋은 일이 있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이 없다고. 그리고 비춰지는 썰렁한 겨울바다.


만약 2편이 만들어진다면 이들이 세상에 화끈하게 복수를 하는 액션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차를 몰고 바다로 가는 짧은 장면에서 당찬 모습도 엿보였다. 가진 거 많다고 뻐기는 사람들에게 치도곤이라도 안기고 당당하게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을. 안되라는 법은 없다. 안해서 그렇지.


로케이션도, 배우들도,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 미쟝센도 다 피해나갔지만 이 영화 재미있다. 키득키득거릴 수 있는 영화다. 비주얼만 보면 별거 아닐지 몰라도 수시로 던지는 페이소스가 귀엽다. 이사장면, 감자탕집 영업장면, 하룻밤 남자에게 삥듣는 장면, 민박집 추행빙자 장면, 필리핀 여종업원 구출작전등등 코미디적 요소도 강하다.


이름없는 청춘이라고 비웃지 마라, 세상일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99%의 그들이라면 우리라고 별거 있겠는가. 찌질하다고 욕하지 마라. 찌질하면서도 안 그런척 사는 우리 삶이 더 찌질하다. 

 

 

 

 

 

 


태어나서 미안해 (2012)

Sympathy for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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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영석
출연
임준식, 임채선, 김상호
정보
드라마 | 한국 | 80 분 |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