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가시 -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우리 이웃이다.

효준선생 2012. 3. 11. 04:15

 

 

 

 

작년 겨울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본 영화 가시는 왜 이 영화를 독립영화라는 테두리에 두었을까싶게 상업적이면서도 물량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배우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라면 그것은 독립영화에 대한 편견이자 몰이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기력은 출충했다. 간혹 유명하지 않은 배우가 등장해서 세일즈 포인트를 못잡는 영화들이 헤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월 8일 'KAFA Films 2012: 그 네 번째 데뷔작' 이라는 타이틀로 4편의 영화가 선을 보이는데 그중 영화 가시는 배우들의 이름값이 아닌 탄탄한 시놉시스와 적절한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다시 말해 어떤 배우를 어느 자리에 넣는지에 대해 최적화를 시켰기 때문이다. 영화가 다 끝나고 간혹 이름은 모르는데 인상적인 연기를 한 배우의 이름을 엔딩 크리딧에서 확인하고는 하는데 이 영화에선 주조연의 이름을 모두 챙겨보았다.


이 영화의 핵심적 트러블메이커이자 모든 문제의 근원은 어머니(길해연 분)였다. 분수에 안맞는 홈쇼핑 사업을 하겠다는 이유로 돈을 끌어다 쓰고는 잠적하는 바람에 한 가정은 풍비박산에 이른다. 이 와중에 졸지에 돌을 맞은 아들 윤호(엄태구 분), 돈을 빌려준 여자 서희(박세진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기막히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큰 가시에 박힌 경우, 누구든지 쩔쩔맬 수 밖에 없다. 그게 가해자이든, 아니면 피해자이든지 자기는 살겠다고 발버둥을 쳐보지만 결국 헤어나오지 못할 수렁에 빠지게 된다. 윤호와 서희는 어쩌면 잘 지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갓김치가 그걸 의미하는 부분은 재미있다.


가시가 박힌 부분이 곪아가듯 주변으로 내상이 확대되는 장면은 다소 공포스러울 지경이다. 윤호와 악혼녀(윤채영 분) 사이, 윤호와 정체 불명의 채권자 사이, 서희와 전 남편과 아이의 사이, 그리고 도망다니는 어머니와 나머지 인물들 사이등. 일대일 대립구도는 이 영화의 긴장도를 높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사건 전개, 배경음악 하나없이 치고들어오는 대사 몇 마디 만으로도 스릴을 불러 일으키는 미쟝센, 특히 재개발 업체에서 일하는 윤호의 업무 특성상 뭔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사건이 영화의 클라이 막스에서 확실하게 터지고 만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윤호, 뒤로 가면서 그가 보여주는 가식과 이중성은 매우 돋보였다. 회사원으로서 성실해 보이던 그가 약혼녀에게 집안 사정을 감추고 무리를 해가면서 집을 장만하는 모습,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대출을 받아내는 장면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요즘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처럼 보였다.


올해는 독립영화 타이틀을 단 영화들을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파수꾼, 혜화 동, 무산일기에 못지않은 문제적 작품을 감상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가시에 찔렸음에도 그것조차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권하고 싶다.

 

 

 

 

 

 

 


가시 (2012)

Choked 
9
감독
김중현
출연
엄태구, 박세진, 길해연, 임학순, 윤채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10 분 |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