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 - 따뜻한 밥 한끼 같이 나눠 먹어요

효준선생 2012. 3. 10. 00:56

 

 

 

 

최근 한국에 소개되는 인도영화에 대해 박한 평이 거의 안 나온다. 그 이유로는 일단 낯선 소재와 진행방식이 저급해보이지 않아서다. 헐리우드와 비견되는 인도 볼리우드 영화들의 고급 제작기술과 수백편의 영화중에서도 고르고 골라 한국 영화팬의 입맛에 맞는 것들로 선보이는 고름의 미학이 엿보이고, 또 내용자체가 인간 본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동양의 정서가 테크놀로지 우선의 볼거리에 치중하는 서구의 영화 정서를 압도해주기 때문이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다. 영화의 장소도 거의 학교 안에서 맴돌고 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스탠리는 사고로 부모를 잃고 삼촌의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눈칫밥을 먹는 불우 아동이다. 그런 아이가 도시락을 제대로 싸올 리가 만무하다. 학창시절 스탠리와 비슷한 아이가 기억났다. 영화보는 내내 그 친구의 이름이 혀끝에 맴돌았다. 하지만 이름보다 고아원에서 학교를 다니며 도시락을 싸올 형편이 못되어 점심시간이면 개수대에 가서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운동장에 앉아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간혹 어디서 가져왔는지 숟가락만 들고 아이들 밥을 한 숟가락씩 얻어 먹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 친구의 모습은 어린 시절, 가난은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데 일조한 셈이다.


한국에서 2011년을 관통했던 사회적 아이콘은 무상급식이었다. 이 영화도 무상급식이라는 테마를 그대로 다루고 있는 셈이다. 영화속 아만은 잘사는 집 자식이다. 유일하게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스텐레스 도시락 통에 맛있는 음식을 가득 싸와 아이들과 나눠 먹는 장면이 나온다. 오죽했으면 아이들이 식신괴물이라고 부르는 선생까지 나서서 아만의 도시락을 노렸을까 선생의 아만의 도시락을 챙겨가면 결국 스탠리는 그 자리에서 밀려나와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신세가 된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른 선생에게도 기피의 대상이 될 정도로 유난히 남의 도시락을 탐하는 베르마 선생도 또다른 경제 취약계층이라고 보았다.  학생은 가난할 수 있어도 선생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 누구나 가난은 곁에 둘 수 있으며 베르마 선생 역시 그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캐릭터였을 뿐이다. 대신 없는 자가 요기를 하는 순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그보다 더 가난한 사람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스탠리는 식당에서 일하며 남는 음식재료로 대충이라도 밥을 싸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늘 엄마가 어디 가셔서, 집에서 밥을 해놓았으니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먹으라고 했다는 둥. 자존심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이 영화는 전면 무상급식과 차별적 무상급식의 논점의 차이를 두고 주민 투표까지 했던 작년 가을 서울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정확한 답을 내려주고 있다. 친구와 더불어 밥 한끼 제대로 먹지 못하는 환경, 아이들에게 분명 짐이 될 것이다. 부잣집 아들 아만에겐 그 까짓 밥 한 끼 일지도 모르지만 밥 한숟갈을 나눠 먹으며 아이들의 우정이 끝까지 변치 않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흐뭇했다.


영화 엔딩장면도 눈여겨 보아야한다. 영화 제작당시 영화에 출연하는 아역 배우들은 하루에 5시간 이상 촬영에 임하지 않았지면 주로 수업이 없는 토, 일요일을 이용해 연극과 영화 촬영에 미래의 꿈을 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자막이 떠올랐다. 스탠리가 일하는 삼촌의 식당을 잠시 비추며 아동 노동력 착취에 대해서도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착한 영화라는 생각이다. 

 

 

 

 

 

 

 

 

 


스탠리의 도시락 (2012)

Stanley‘s Tiffin Box 
9
감독
아몰 굽트
출연
파르토 A. 굽트, 디브야 두타, 아몰 굽트, 누만 쉐이크, 아비쉑 레디
정보
코미디, 가족 | 인도 | 95 분 |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