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존 카터 : 바숨전쟁의 서막 - 피하고 싶었던 동족상잔의 비극

효준선생 2012. 3. 8. 00:43

 

 

 

미국인에게 남북전쟁은 어느 한 쪽이 이길 필요가 없다고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결과론 적이지만 북군이 아닌 남군이 이겼다면 오늘날의 미국과는 사뭇 양상이 다르게 변모되었을지 모른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땅엔 그 전부터 원주민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의 땅이었다. 이민족이던 백인종들이 총칼등을 앞세워 차지한 그곳에 들어가 보니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그곳이 마치 외계의 별인 듯 싶었을거다. 영화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을 보면 남북전쟁에 투입된 군인이 난데없이 바숨이라는 외계의 별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뒤 다시 돌아와 자기 후손에 의해 구원을 푼다는 설정이 나온다. 다시 말해 우리는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일에 대해 “한숨자고 일어나 보니 만사가 해결이 되었다” 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희망을 해본다. 남북전쟁에 휘말린 이 대위의 마음도 비슷한 게 아닐까 비록 원작 소설가의 펜끝에서 나온 가공의 인물이긴 하지만 대위도 소설가도 얼추 비슷한 상상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속 조카로 등장하는 젊은 친구가 바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의 작가라는 설정은 매우 기발하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케일도 크고 무엇보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적지 않아 주인공인 존 카터와의 親疎관계부터 따져야 하는 수고가 동반된다. 우선 인간과 흡사하게 생긴 헬리움과 전쟁을 일삼는 조단가 그리고 하등해 보이지만 존 카터와 궁합이 잘맞는 타르크, 마지막으로 가장 영민하면서도 정복욕이 강한 테른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각각의 종족은 또한 전략적 동반관계, 혹은 앙숙관계에 있으며 이방인 격인 조 카터는 이들 사이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차지하려는 바숨이라는 곳은 화성의 이미지와 흡사해 보이지만 실상 지구에 산재해있는 열강의 모습과 다름아니다. 멀리는 위, 촉, 오가 다투던 삼국시대부터 근래의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기까지, 지구의 통치집단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만족해 하는 권력자들의 의지에 따라 이합집산을 해왔다. 한때는 최강국이지만 언제 망할지 모르는게 역사였고 수많은 나라들은 그렇게 명멸해왔다. 

 

화성이라고 하는 바숨에도 마찬가지다. 물고 물리는 약육강식안에서 또 아리따운 공주를 앞세워 정략결혼이 횡행하며 2인자들의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모습이 어디 외계의 그것이라고만 할 수 있겠나. 아무튼 이 영화는 환상속의 어느 이질적 공간을 그리지만 결국은 우리가 이미 겪었던, 혹은 겪고 있는 역사서의 한페이지에서 따온 상상일뿐이다. 이 영화는 내용말고도 눈여겨 볼거리들이 많다. 현재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헬리움의 공주와 조 카터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도 이 영화를 윤기나게 해주는 기름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개의 형상을 하고 있는 울라, 존 카터와 한바탕 혈전을 벌이는 흰색 고릴라, 바숨의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나오는 코끼리 사촌등도 눈에 확 들어오는 크리쳐들이다.


이 영화를 보면 마치 스타워즈나 아바타등 시대를 딱히 정의할 수 없는 몽환적인 어느 지점과 시점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영화를 다보고 나니 존 카터의 꿈이나, 혹은 후손에게 전하고 싶었던 일종의 메시지를 대신한 내용이 아닌가 싶었다. 1860년대 중반 남북전쟁이 종결되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소설 <화성의 프린세스>를 1912년 출간할 당시만 해도 남북전쟁의 피로도는 분명 남아있었을 것이다. 부연하자면 이 소설은 전쟁의 상흔을 기록한 내용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외계세상을 접목시켜 현실의 혼란함에서 잠시라도 도피시켜보려는 시도라 보인다.


방대한 스케일과 보지못했던 캐릭터의 등장으로 눈요기는 확실한 편이지만 수미쌍관의 구조로 처음 부터 끝까지 보지 않는다면 이 영화에 대해 잘 이해못할 수도 있다.  삼국지가 아닌 사국지의 싸움에 휘말린 이방인의 활약상을 따라가다 보니 관객들은 스스로 지친 기색도 들고 반대로  시간적인 제약으로 채 다하지 못한 이야기에 아쉬워할 수도 있다. 엔딩장면에서 후속을 기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그 인터벌이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흥미로운 영화의 속편은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 (2012)

John Carter 
9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테일러 키취, 린 콜린스, 윌렘 데포, 도미닉 웨스트, 마크 스트롱
정보
SF, 액션 | 미국 | 132 분 | 2012-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