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열여덟, 열아홉 - 오빠를 보면 떨리는 이 마음

효준선생 2012. 3. 4. 00:39

 

 

 

 

영화 열 여덟, 열 아홉은 호기로운 영화다. 여기서 호기는 好奇가 아니라 豪氣다. 이란성 쌍둥이의 위태로운 사랑의 감정을 비교적 차분하면서도 멜랑꼬리하게 잘 담아낸 작품이라서 하는 말이다. 3년전 假 편집본으로 보았을 때와는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은 배경음악과 사운드믹싱, 깔끔하게 드러낸 장면들때문이다.


이 영화의 초반부분을 보면서 막연하게 청소년들의 성문제에 대해 기성세대로서의 불편한 기색이 담길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건 행위가 아닌 감정의 소용돌이뿐이라서 “그 나이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이해의 여지가 생겼다.


그런데 궁금증도 여전했다. 좀더 이른나이에 바람처럼 지나갈 법한 사춘기 소녀의 감상이 왜 열 여덟살에 비로소 도착했단 말인가. 영화 속 여동생으로 나오는 서야의 경우(호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엄마에게서 느껴야 하는 여성으로서의 동질감이 상실된 채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아버지가 아닌 오빠를 통해 느끼는 게 아닌가 싶었다.


임신이라는 심각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그녀는 엄마를 찾지 않았다. 제 아무리 바깥일로 바쁜 엄마지만 그녀는 딸의 걱정을 함께할 만큼의 가치도 없단 말인가. 부모의 부재는 결국 세상에 의지할 대상을 오빠에게서 느낀 것이고 그걸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으로 몰고 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건 영화의 장치였던 것 같다.


해서 영화를 보기전 “이 영화 근친상간을 그린 영화라며?” 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며 백안시 했던 관객들의 마음도 오빠가 보여주는 올곧은 진정성에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후반부에 와서는 친남매간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세상일에 늘 맞서지 못하며 주춤거리기만 했던 오빠 호야의 도전정신과 그를 둘러싼 조연들의 호연이 맞물리며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권투 코치로 나온 이영진과 사범인 박용식의 시니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감칠맛이 나며 인상적인 외모의 정헌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묵혀버릴 뻔한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게 된 데는 뭐니뭐니 해도 영화, 드라마, 시트콤에서 주목받고 있는 백진희와 혜화, 동에서 눈에 띄는 연기를 한 유연석의 공이 크다. 이 두 배우의 하드웨어는 남녀 배우로서 상당히 좋은 편이다. 이 영화속에서는 다소 어린 청소년 연기를 하는 바람에 다소 유치한 면도 없지 않지만 성인과는 다른 달달한 사고방식을 무리없이 표현해낸 듯 하다.


여름을 지나 겨울에 이르기까지의 계절을 모두 아우르는 공들인 연출과 백 뮤직으로 깔리는 몇 곡의 창작곡들이 챙겨들을 만 했다. 이승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찌보면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에게 얻어터져가며 스스로를 곧추세우려는 오빠 호야의 분투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근데 청춘은 늘 그렇게 힘들기만 한걸까  

 

 

 

 

 

 

 

 


열여덟,열아홉 (2012)

9.3
감독
배광수
출연
유연석, 백진희, 김정헌, 엄현경, 이영진
정보
드라마 | 한국 | 94 분 | 201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