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러브픽션 - 쿨한 사랑? 쿨한 척 하는 사랑!!

효준선생 2012. 2. 29. 01:22

 

 

 

 

 

이 커플의 사랑은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당신을 사랑함에 조금의 거짓이 없을 거라는 맹세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첫 관문을 거치고 나면 마치 낙엽이 후두둑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초겨울의 나뭇가지처럼 변하는 건 아닐까 우리 아버지 세대는 사랑이 아닌 연분으로 만나 정으로 어찌어찌 살아갔으니 그 아비의 자식인 나도 너랑 그렇게 살면 그뿐이다라면서 심드렁해지지는 않을까


영화 러브 픽션의 남녀 주인공은 첫눈에 필에 꽂혀 남들 다하는 연애를 거치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겐 남들과는 좀 다른 쿨한 면이 없지 않다. 직업이 그래서 인지 세파에 찌들어 보이지도 않고 시간이 나면 나는대로 기분이 안내키면 안내키는 대로 그런 저런 연애를 하고 산다. 남들이 보기엔 연애질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제3자가 나서서 방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사랑은 오롯이 그들만의 것이다. 그런데도 불만이 있냐고?


여자는 이른바 돌싱이다. 그녀가 왜 이혼을 했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덕목은 아닌 듯 싶다.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며 언급이 되지만 그녀에게 있어 과거는 새로 만난 남자친구와 밥먹다가 픽 웃으며 지나가는 말로 삼키듯 말해버리는 그뿐인 정도다. 그럼 남자는? 아직 변변한 연애해본 적 없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럼에도 돌싱 여자가 좋단다. 아니, 그녀의 겨드랑이 털마저도 충분히 사랑해 줄 용의가 있다니 빠져도 이만 저만이 아닌 셈이다.


그런데 왜? 이 영화가 문제가 될까? 남자의 직업은 소설가다. 창작의 고통은 그가 상상하며 지어낸 몇가지 스토리텔링안에서 죽을 쑨다. 밥을 짓는다. 그러다 대충 태우기도 한다. 소재와 주인공은 여자 친구다. 잘될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좀 감추는 맛이 있어야 함에도 소설의 여주인공으로, 그것도 비련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마구 굴린다. 심지어 영화속 영화로 재등장하며 마치 80년대 영화처럼 온갖 폼을 다 잡는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양방울이라는 필명으로 3류 선정소설을 쓰는 이유야 돈벌이일 수도 있고 큰 프로젝트가 막혀 심심풀이로 쓰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안에 들어간 자신의 여자친구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 독자의 허상의 대상으로 소비될지는 안중에도 없다. 현실에서 그는 그녀의 과거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들이민다. 돌싱임을 알고도 태연한 척 하면서도 스쿨버스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언제 내가 그렇게 쿨했나 싶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화의 흐름은 기승전결 구조는 아닌 셈이다. 남녀가 만나고 사랑하고 좋아라하지만 어느새 삐그덕 거리고 싸우고 헤어졌다. 다시 화해하는 과정은 순차적으로 등장하지만 영화 속에 다시 영화가 등장하면서 다소 주제를 흩뜨려놓는 아쉬움이 있다. 두 가지 이야기의 엔딩을 생각하느라 뒷 부분이 좀 성기다.


여자 입장에서 보는 사랑에 대한 관점도 약간은 모호하다. 페미니즘을 강조하는 듯 하다가, 어느새 남자앞에선 마네킹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과연 돌싱이 맞을까 혹시 현실의 여자도 남자의 또 다른 소설의 여주인공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그에게 원하는 건 원나잇 스탠드의 대상이었는지, 아니면 두번째 사랑의 종착점인지 확실했으면 좋았겠다.


러브 픽션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소설적 요소보다 시적 요소가 좀더 기억에 남는다. 러브 포엠이라고 했어도 무방했을 듯 싶다. 달달하지만 다소 산만한, 결국 사랑하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사랑은 할 수 있을 거란 말, 이미 헤어진 반쪽에게는 좀 서글프게 들린다. 독한 마음을 먹고 헤어진 마당에 이 영화 보고 다시 대시해보라는 말, 독하다. 사랑함에 달콤하고 이별함에 매정한게 인생사 아니던가.  

 

 

 

 

 

 

 


러브픽션 (2012)

Love Fiction 
7.9
감독
전계수
출연
하정우, 공효진, 이병준, 조희봉, 지진희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21 분 | 2012-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