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전드 오브 래빗 - 사부님, 저를 밀어주세요

효준선생 2012. 2. 26. 00:01

 

 

 

 

  

무예 고수 밑의 제자들은 언제나  긴장하며 산다. 그게 아니라면 제대로 된 쿵푸의 고수가 될 수 없다. 심지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스승을 꺾어야 하는 순간이 도래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인지상정으로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해하지만 간혹 흑심을 품고 호시탐탐 계승자의 자리를 노리는 자들도 있다. 그리고는 자신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 정적이나 門徒를 제거하기도 한다.


영화 레전드 오브 래빗(중국 題名은 兎俠傳奇) 은 처음으로 접하는 중국발 입체 애니메이션이다. 중국 본토의 만화영화 역사도 만만치 않지만 수요가 따라주지 못해 아직까지 본격적인 입체영화 생산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영화는 오로지 북경과 천진 필름 아카데미의 인력들이 한데 힘을 합쳐 만들어낸 아웃풋으로 그 내용과 비주얼이 한마디로 중국풍이었다.


이 영화는 동물을 의인화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한다. 사람형상은 하나도 없고 기존의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은 확실하게 헤쳐모여한 상태였다. 중국의 국보급 보호동물중에서도 上座에 해당하는 팬더가 악질 제자이자 선인의 이미지로 등장하는 토끼를 못살게 구는 캐릭터로 나오는가 하면 소, 염소, 양, 돼지등 상대적으로 순한 이미지의 동물이 이 영화에선 악의 이미지로 나오는 게 특이했다. 이들 뿐 아니다. 고양이가 원숭이 사부의 수제자이자 딸로, 그녀를 돕는 영화의 주인공은 둔해보이는 토끼가 맡았으며 그 외에도 원숭이, 호랑이, 거북이 등등이 조연을 맡아 열연을 했다.


이야기 구조는 간결했다. 원숭이 사부를 구한 토끼가 쿵푸기술을 전수받고 영패라는 계승자의 징표를 수제자인 고양이 피오나에게 전달하거 북경에 올라가 그곳에서 狐假虎威하는 팬더와 한판 벌인다는 내용이다. 재미있는 건 본인에게 엄청난 쿵푸기술이 전해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만두(炸糕) 만드는 솜씨만으로 주의를 웃기려는 토끼에서 있다.


아무래도 배경이 중국 북경인지라 오고가며 소품으로 보이는 중국 특유의 물상들이 보였다. 空竹을 돌리는 모습에 각종 꼬치와 탕후루가 팔리는 시장통, 북경의 인사동 골목이라 불리는 琉璃廠과 前門 일대의 상점을 모방해 꾸며놓은 거리모습들이 이채로웠다. 거기에 쿵푸의 달인이라고 자칭, 타칭 외치는 캐릭터들의 경합은 또 하나의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토끼의 搖拳은 성룡의 취권과 비슷해보였다.


중국의 문화 컨텐츠의 본격적인 등장은 이제 만화영화에 까지 미치는 듯 싶다. 블록버스터 시대물에서 벗어나 현대물, 만화영화까지, 수많은 영화인재들과 이 영화에서 보듯 2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자본이 결합한 팍스 차이니즈 컬처의 도래에 우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다소 걱정도 되었다.

 

 

 

 

 

 

 

 

 

 


레전드 오브 래빗 (2012)

Legend of A Rabbit 
7.3
감독
손립군
출연
엄상현, 김보영, 남도형, 박지훈, 범위
정보
애니메이션, 액션, 코미디 | 중국 | 89 분 | 201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