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 스타보다 자연인으로서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다

효준선생 2012. 2. 28. 00:46

 

 

 

어렵사리 영화 촬영을 다 마친 여배우가 다른 배우들과 스탭앞에서 다소곳하게 중얼거리듯 이야기 한다. “아파서 그랬어요.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노력만은 가상하다고 여겨주세요...” 그리고 총총히 발걸음을 옮긴다. 길거리에만 나서면 모두들 반겨마지 않던 인기스타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선 잘나가는 라이징 스타지만 영국의 노배우들 앞에선 그녀는 풋내기 벼락스타일 뿐이다.


1956년 세기의 섹스 심볼이라는 호칭을 달며 만인의 연인으로 살던 마릴린 먼로는 영화 <왕자와 무희>를 찍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런데 그녀 곁에는 가소롭게도 연기 코치가 대동하고 있으며 그녀의 안하무인격 행동에 영국의 톱스타이자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로렌스 올리비에는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특유의 낙천적 성격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정신과 관련 약을 먹어가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녀에게 현장 보조 스탭 소위 “써드”라 불리던 콜린이 다가선다. 영화 제작현장에서의 고단감을 그와 보내는 시간으로 무마하며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행복이란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마릴린, 그녀의 일상을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상당히 나이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는 먼로가 주연 및 제작을 맡아 이국땅에 가서 찍은 영화 한편의 메이킹 필름과 그 이면을 조명하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요소가 적지 않았다. 40년대에서 50년대는 무성영화의 전성기를 보내고 채색유성영화의 본격적인 태동기로서 새로운 스타탄생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거기에 영화계에 몰아닥친 이데올로기의 闖入과 영화 종사자의 유니온 結盟에 따른 날선 시선이 이 영화 앞부분에 드러난다. 그러나 그 서늘하고 칼칼했던 분위기는 마릴린의 등장으로 눈녹듯 사라지고 연기냐 아니냐라는 本源적인 갈등국면과 그 해결방법으로 제시된 애틋한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진정성을 상기해보자는 주의로 환원되었다.


요즘엔 메소드 연기라 부르는, 배우가 배역에 완전히 꽂혀 혼신으로 펼치는 연기가 일반화되었지만 당시엔 낯선 개념이었던 듯 하다.  그런 연기론에 막 관심을 갖던 마릴린에게, 주어진 연기만 잘 해내면 된다고 攻駁을 하던 기성 연기파 배우들과의 갈등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완충작용을 해낸 콜린이라는 인물의 눈을 통해 시대를 풍미했던 한 여배우와 자연인으로서의 마릴린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내지며 관객들은 마치 자신이 콜린이라도 되는 듯 이 매력이 철철 넘치는 여배우를 대하게 된다. 마릴린 먼로가 마치 사랑에 갈증을 느끼면서도 그렇게 만나는 남성에게 지속가능한 연인관계를 만들지 못한 이면에는 그녀의 어린시절을 잠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를 링컨이라고 할 정도로 父情을 느낀 바 없으며 모친도 머나먼 곳에 있어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정을 붙이지 못한 그녀에게 영화는 그녀에게 일 자체로 받아들여졌지만 그녀의 유명세만 보고 만난 사람에게선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콜린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현장 스탭일 뿐이었다. 그런 애송이나 다름없는 연하남에게 연정을 품은 마릴린에게 과연 진정한 사랑은 무엇이라고 느꼈던 걸까? 야한 정사신 하나 넣지 않았지만 그 둘의 끈적한 관계는 멜로 드라마 이상으로 여겨졌다. 바로 진짜로 좋아하는 거 아닐까? 하는 둘의 눈빛 때문이었다. 스타 마릴린은 인기를 먹고 살았지만 자연인 마릴린은 애정결핍과 약을 달고 살았다. 아무도 그런 그녀에게 진심을 두고 다가서지 않았다. 그녀는 만인의 연인이었지만 만인의 마네킹이었는지도 모른다. 백치미가 폴폴나는 듯한 이미지, 자기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촬영불가도 불사하는 그녀의 행태에 곤혹을 치루면서도 결국 스크린 속 그녀의 모습에 푹 빠진 동료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게 “煞” 이라는 게 분명 있겠다 싶었다.


마릴린 먼로는 세상에 없다. 대신 미셸 윌리엄스가 그녀로 빙의라도 한 듯 등장하는 모습에선 환생을 보는 듯 했다. 철의 여인에 나온 매릴 스트립이 아니었다면 올해 오스카의 여주인공은 미셸의 차지라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겠다 싶었다. 매력적이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 (2012)

My Week with Marilyn 
9.1
감독
사이먼 커티스
출연
미셸 윌리엄스, 에디 레드메인, 케네스 브래너, 엠마 왓슨, 주디 덴치
정보
드라마 | 영국, 미국 | 99 분 | 2012-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