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움 - 나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효준선생 2012. 2. 25. 00:02

 

 

 

 

 

바람소리가 휭휭거렸다. 107분 내내, 이런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다. 퀭한 눈빛으로 초점 잃은 시선은 사랑하는 남자와 그 남자를 닮은 소년에게 향하고 있었다. 여자에게 더 이상의 것은 없어보였다. 오로지 제 한 몸과 자신이 간직하고 싶었던 한 남자뿐이었다.


영화 움을 보고 리뷰를 쓰기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흔치 않은 주제이기에 리뷰 쓰기는 한결 부담이 덜하지만 워낙 낯선 질감이라서 손끝으로만 매만져보고는 실체를 알기 어려운 옷감 같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적어본 몇 개의 키워드를 조합해보다가 이런 글귀가 만들어졌다.


“삶은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만큼 살다 가면 그뿐이다. 그 이상을 탐하는 자, 신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움은 여성의 자궁이라는 의미의 단어다. 여성에게 자궁은 다음 세대를 잉태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제 아무리 시험관 아기에, 인큐베이터가 잘 발달된 세상이라고 해도 어미의 자궁은 타조의 알만큼이나 안전하다. 그래서 남자들은 알리 없는 모성 본능의 시작점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그 자궁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비 생물학적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건 또 하나의 비과학적 논란이 될 지도 모른다.


복제인간에 대해 다룬 영화들이 몇 편 있었다. 그 영화들은 아버지의 부재하에서도 생산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속에서 아이들의 입을 통해 언급되는 “복제인간들에게서는 냄새가 난다”, “복제인간들과는 어울려서는 안된다”는 극도의 편견들이 난무했다. 이 영화가 다루는 복제인간은 과학적인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근친이라는 윤리적 논점만을 강조하지도 않았다.


사랑했다는 이유로 과학의 힘을 빌어 복제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주고 그렇게 얻은 “제품”과 과연 다시 사랑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초과학적, 초윤리적 잣대에 그 누구도 시원하게 답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인데,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없다. 옷을 벗고 수영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오히려 착하게 보였다.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상의 범주에 검은 칠을 했기에 이 영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게 만든 듯 싶다. 어린 아이가 사고 죽었다고 하면, 아이를 복제해서 새로 만드는 것엔 많이 동의할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의 유전자를 복제해서 그걸 수정시킨 뒤 잉태를 하고 그렇게 태어난 그, 그는 그 남자의 후신인가 아니면 유전자만 물려받은 2세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 답이라도 쉽게 수긍하지 못할 게 뻔하다


형이상학적 가치를 담기 위해서였는지 미쟝센이 돋보였다. 달팽이, 욕조 안에 몸을 담그는 모습, 그네, 안개가 낀 바닷가 마을, 돋보기등등 자궁을 은유하는 것들이 자주 등장했고 임신에서 출산후 아이의 성장과정을 그린 부분에서는 상당히 빠른 전개를 보여주며 템포를 조절했다.


북부 유럽의 어느 바닷가 마을을 끼고 덜렁 한 채 서있는 간이 주택, 그 안에서 벌어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에서 어느덧 다시 남자가 된 “그”의 이야기. 자신의 선택한 삶이 아닌 삶을 우리는 살고 있는 셈이지만 신이 아닌 나와 같은 인간이 임의로 선택해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절망을 해야 하는 건가. 유난히 同腹사상이 강한 한국땅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마치 거친 사포와도 같은 질감의 독일영화처럼 보이는 이 영화에서 프랑스 여배우인 에바 그린과 영국 배우인 맷 스미스의 열연을 보는 맛도 상당하다. 

 

 

 

 

 

 

 

 

 


(2012)

Womb 
6.7
감독
베네덱 플리고프
출연
에바 그린, 맷 스미스, 레슬리 맨빌, 피터 와이트, 이스트반 레나르트
정보
드라마 | 프랑스, 독일, 헝가리 | 107 분 |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