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천사의 숨소리 - 시작은 미약해도 그 끝엔 또다른 감정의 울림

효준선생 2012. 2. 23. 00:04

 

 

 

처음엔 좀 어색했다. 배우들도, 보는 관객도, 내용전개도. 배우 오디션 장소에서 심사를 맡은 사람은 엉뚱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던져주었다. 쉬운 듯 어려운 문제를 받아든 수험생 모양으로 청년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영화 천사의 숨소리는 거친 숨소리로 시작한다. 누구의 숨소리인가 어둠이 걷히고 영화의 본 모습이 들어나고도 그 주인공이 누군지 확실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들 재민은 인정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친구들과, 심지어 거리의 노숙자들과 동거동락하고 급기야 연기 레슨까지 받지만 연기실력은 늘었는지 감도 오지 않는다. 기침속에서 사는 엄마에겐 그런 재민이의 성공이 치료약이지만 점점 깊어가는 기침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


타인의 마음을 얻는 법을 터득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늘 쪼들리는 호구지책을 위해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몸과 마음이 고달픈 재민의 모습은 천상 요즘 88만원 세대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그렇다고 흉한 마음을 먹고 살지도 않는다. 하도 천진난만해서 도대체 성인식이나 치룬 어른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아직도 엄마품에서 놀 것 같은 유아틱한 설정. 그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는 슬픈 결말로 치달음을 암시하는 단서들.


영화 제목처럼 천사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엄마와 재민이 중에서 누가 천사인지도 잘 모르겠다. 재민이의 좌충우돌 소동이 해프닝처럼 이어지다 영화 엔딩에 다와서 한바탕 소용돌이를 친다. 인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한번 성장한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가슴속에 멍울이 생겼을지언정, 그토록 갈구했던 타인의 마음을 얻는 법을 터득한 재민이에게 세상이 선물한 건, 오디션 합격증 그 이상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이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말미에 가서야 이 영화가 상당히 쫀득해졌음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역을 맡은 김영선 배우를 제외하며 낯선 신인급 연기자들이 주를 이루기에 연기의 농숙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해서 앞부분에선 일정량을 포기했지만 뒤로 갈수록 몸에 익은 듯한 연기들이 나온다.


청춘은 아프다고 하지만, 재민과 친구들의 아픔은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영화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청춘들의 삶은 또 하나의 영화이기에, 뮤직 비디오 촬영장에서의 해프닝에선 대신 분노가 일어날 정도로 공감이 되었기에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어른들이 이 시대 청춘에게 해줄 만한 게 많지 않은 세상이다. 이 영화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그 일환이기를 믿는다. 

 

 

 

 

 

 

 

 

 

 


천사의 숨소리 (2012)

9.4
감독
한지원
출연
김영선, 한지원, 전지한, 서준열, 하광민
정보
드라마 | 한국 | 93 분 |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