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먼 인 블랙 - 그녀의 혼백을 제대로 위무하라

효준선생 2012. 2. 19. 00:45

 

 

 

사람의 영혼이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경우, 살아있는 사람들은 먼저 간 사람을 위해 위무를 해준다. 얼른 이승에서의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떠나라는 셈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바, 자신의 원혼을 접지 못한 경우 사람들은 그걸 귀신이라고 부르며 경원시 했다. 사람들의 두려움은 바로 그것이다.


죽는다는 것에 두려움은 살아 있을때만 가능하다. 죽어서야 그 두려움이 여전할 리만무하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곁에서 재잘거렸던 아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무서움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왜 이런 두려움이 생겼을까? 자신처럼 움직이지 않아서? 숨쉬지 않아서? 육신이 썪어가기에?


영화 우먼 인 블랙은 고딕 호러풍의 공포영화지만 동양에서 말하는 구천을 떠도는 원혼을 다룬 심령물에 가깝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복잡한 건 절대로 아니다. 하지만 서사의 방법이 충분하지 못하고 오로지 미쟝센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잠깐만 딴 생각을 하면 왜? 라는 의문이 이곳저곳에서 들만 했다.


변호사 아서 킵스는 경제적 문제가 봉착했다. 그러니 이 일 저 일을 가릴 처지가 못된다.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에 죽은 여자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을 맡은 그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연쇄적 죽음을 목도하면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만 누구도 시원스레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보여지는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잘 이해가 안되었다. 사람이 죽어나간 집을 두려워 하는 것은 알겠지만 외부에서 갓 온 사람마저도 경계하거나 아이들이 죽은 일에 굳이 죽은 여자의 혼령과 결부시켜가며 고통을 자초하는 건지. 기왕에 험한 일을 하겠다고 온 사람이 있으면 같이 그 집으로 몰려가 귀신을 때려잡든지 아니면 혼령을 위무해야 마땅치 않겠는가?


이 영화는 미쟝센이 공포를 만들고 전달한다. 물론 귀신으로 추정되는 검은 옷의 여자가 선을 보이지만 그 보다는 집 구조와 여러 가지 설치물, 장식물들의 움직임과 소리, 동선과 그림자 등이 더 무서웠다. 영국이 배경이니 만큼 안개가 자욱한 날씨와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무채색의 컬러톤, 주인공으로 나온 해리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무표정한 연기와 곁들여져 쓸쓸한 풍조를 띠고 있다.

솔직히 영화보기전 하도들 무섭다고 하길래 영화 보기전부터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집안에서 보여준 몇 가지의 압박감 말고는 그다지 놀라운 장면은 없었다. 대신 귀신의 소원을 풀어준 것으로 알고 길을 재촉하는 아서 킵스 가족 앞에 전개된 마지막 반전은 이 영화가 공포 영화였음을 있지 말라는 신호처럼 보였다.


자,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한다. 남은 사람을 괴롭힌다고 자신의 한이 풀린다면 그건 귀신의 착각이다. 뭐가 잘못되어서 그러고 사는 건지 영화는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하기사 그 일에 잘 알 것 같은 사람도 없었으니, 인트로 장면에서 장난감을 자기고 놀다 갑자기 창문밖으로 몸을 던지는 세 여자 꼬마에게 물어봐야 하는 건지, 의문만 남았다. 무당을 모시고 살풀이를 하든지 아니면 성대한 제사라도 올려야 했던 건가?


다시 아서 킵스의 입장으로 영화속에 전개된 상황을 복기해보자. 그는 현실에서 그다지 행복한 삶은 아니었다. 아내는 죽고 아이는 맡겨졌다. 자신은 궁핍함을 떨치기 위해 어려운 일을 맡았다. 설사 귀신만 맞닥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어쩌면 그에겐 현실보다 내세가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 있었다. 그렇다고 자기 스스로가 목숨을 내던질 수 도 없었으니, 검은 옷의 여자가 도와준 것은 아닐까 망자의 혼을 달래주었다는 보답으로.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 영화 제대로 무서워졌다. 

 

 

 

 

 

 

 

 

 


우먼 인 블랙 (2012)

The Woman in Black 
8
감독
제임스 왓킨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시아란 힌즈, 자넷 맥티어, 로저 알람, 소피 스턱키
정보
공포, 스릴러 | 영국, 캐나다 | 95 분 | 20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