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빅 미라클 - 얼음에 갇힌 것은 고래가 아닌 우리들(강추)

효준선생 2012. 2. 18. 00:39

 

 

 

 

만약 인류의 최후가 도래한다면 그 가장 큰 원인은 아마도 천재지변, 환경오염,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전쟁, 혹은 질병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스스로가 자초한 경우로는 전쟁과 환경오염을 들 수 있는데 전쟁이야 조금만 참으면 막을 수도 있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폐는 지난 백여년간 지속적으로 누적된 것이라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영화속에서도 이런 몇가지 요인을 소재로 삼아 인류에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경고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두 시간동안의 재미만으로 금새 잊어버리고 해서 탈이지만.


영화 빅 미라클은 북극권 얼음 구덩이에 갇힌 고래 가족의 생존을 위해 보잘것 없는 인간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휴먼 드라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체적을 가진 고래가 등장한다고 해서 이 영화를 단순히 동물의 왕국에 비견해서는 안될 법 싶다. MBC에서 지난 몇 년간 보여준 눈물 시리즈가 인간에 의해 코너에 몰리면서 힘겹게 살고 있는 동물의 일상을 찍어낸 것이라면 이 영화는 비록 얼음 구덩이에 갇힌 건 고래 가족이면서도 바로 우리 인류의 멀지 않은 자화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고래 구출작전에 관심을 보이는 다양한 시선들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곤경에 처한 고래를 세상에 알려준 알래스카 현지 방송국 피디와 그의 전 애인이자 그린피스 활동가가 주인공이면서 고래에 대해 연민의 눈길을 보내준다면, 석유 채굴업자와 LA의 방송국 리포터, 그리고 미국 정치권 인물들은 자신의 진급과 명성을 얻는데 더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편 고래 구출에 빼놓을 수 없는 현지의 이누이트들은 처음엔 고래를 잡아먹는 양식으로, 나중엔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구출작전에 뛰어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외에도 소련의 쇄빙선, 요상한 기계를 들고 찾아온 민간인들까지,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고래 구출작전을 바라보았지만 모두의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살려놓고 보자.


흔히 북극권 동토의 아래엔 얼음이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곳도 동물이 사는 바닷속이다. 간혹 그 바다가 급격한 온도의 저하로 인해 사방이 얼어버리면 꼼짝없이 갇히게 되는 상황이 된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들의 인생사도 비슷해 보인다. 늘 잘나가는 삶인 듯 보이지만 어느새 오도가도 못한채 사면초가의 지경에 빠지는 경우가 어느 한 두 번이었는가. 그렇다고 한숨만 쉬고 절망만 하지는 않는다. 뚫고 나가려고 애를 쓰면 어느새 출로가 보이고 사람들은 그걸 조상의 음덕이요 신의 방조라고 생각했다. 아마 고래 가족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살아왔던 환경이나 지금의 자리가 사람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마치 자신이 물 속에 빠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온 백인들이 낮에는 호들갑을 떨며 고래를 구하자고 설치다가 밤엔 따뜻한 호텔에서 꿈나라로 가는 동안 이누이트들이 보여준 밤의 헌신적인 활동은 그 어떤 것들보다 대단했다. 고래가 구출되고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누이트들은 늘 고래를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살 것이기에 더더욱 애착을 갖는 게 아닐까


스케일이 상당히 크고 열악한 환경에서 찍어낸 장면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특히 바닷속에서 찍어낸 고래의 유영장면은 훌륭했다.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에 못지 않은 시원함과 쾌감이 있다. 늘 신뢰를 주는 존 크라신스키와 여전히 애를 쓰는 모습은 변치 않는 드류 배리모어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어른들에겐 자신의 처지를 고래에 치환해 삶의 좌표를 재설정함과 동시에 환경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터이고 아이들에게는 평생 가보기 힘든 북극의 광활한 모습을 구경하고 고래를 구출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모습에서 단결의 의미도 알려줄 수 있는 다목적 감동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빅미라클 (2012)

Big Miracle 
9.3
감독
켄 콰피스
출연
드류 배리모어, 존 크라신스키, 크리스틴 벨, 더못 멀로니, 테드 댄슨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07 분 | 201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