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하울링 - 수사도 조련도 교감이라는데...

효준선생 2012. 2. 15. 00:12

 

 

 

 

 

대학때 첫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돈으로 산 것은 컴포넌트 오디오였다. 턴테이블과 더블데크, 그리고 그 당시로서는 신식이었던 CD플레이어가 달린 디자인이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지 않아 남은 돈으로 몇 장의 LP 레코드판도 샀다. 문제는 턴테이블이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가 윙윙거리는 것이었다. 속상했다. 내가 번 돈으로 고민끝에 산 귀중품에 하자가 있다니, 부피와 무게 때문에 수리센터로 들고 가는 것도 귀찮아 마뜩치 않은 상태에서 몇 년 사용하다 사촌동생에게 준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듣기 싫었던 윙윙거리는 소리를 음향쪽에선 하울링이라고 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영화 하울링은 극중 늑대개로 나오는 질풍이 울부짖는 소리를 말한다. 늑대와 개의 혼종으로 사람에게 대입해 보면 경계인이라고 보인다. 늑대도 아니고 개도 아닌 어정쩡한 선천적 포지션에서 “질풍”은 조련사에 의해 비밀병기로 훈련을 받는다. 조련사는 그걸 교감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설파하지만 믿기 어렵다. 자신이 원한을 갚기 위해 반복훈련끝에 숙달시킨 데인저러스 웨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체 그는 왜 복수를 위해 직접 흉기를 들지 않고 흉폭한 짐승에게 대행시키려는 걸까


이 영화에서 경계인으로서 사는 인물도 또 있다. 순찰대 출신의 여경으로 강력반으로 옮겨와 살인사건 현장에 투입되지만 동료들은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다. 진급을 하지 못하고 부인은 도망을 간 채 어린 딸과 살고 있는 조형사만 그녀에게 인정적으로 대할 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코 포기하거나 도망가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도사견처럼 한번 잡은 기회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동료에게 귀싸대기를 맞고도 그 자리를 지키려는 건 집착일까 아니면 또다른 사연이 있는 걸까


세상은 흉측한 일들이 수도 없이 발생한다. 어린 여자애들을 납치해 육욕을 채우고 보이지 않는 족쇄를 채워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어버리는 조직들. 만약 그 아이들의 부모입장이라면 이들에게 용서를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총을 들고 나서기엔 자신의 처지가 여의치 않다. 유일한 재주라고는 개를 조련하는 것 일뿐. 수많은 영화에서 전직 형사, 전직 경찰은 비교적 위험한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만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엘리트로서의 기능이 스릴러, 액션물에 제법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 영화도 그 범주안에 있다.


영화 하울링은 과거에 입은 상처를 안고 사는 소녀의 아버지의 복수극과 이를 막아야 하는 형사들의 대치상태가 주요한 줄거리다. 그러나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대치국면을 만들지 않고 용의자들부터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범인의 정체를 극히 아끼려는 모양새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前線에 나서는 늑대개에 포커스가 맞춰지지만 인간에게 표적 살인을 감행하는 늑대개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죽어나가는 자들은 선의의 피해자인가 아니면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하는 잡종들인가 만약 후자라면 늑대개는 이 시대를 지켜주려고 홀연히 나타난 메시아가 아닐까 


영화 초반 의문의 살인 사건이 연속되고 나름대로의 추리솜씨를 관객에게 들이밀지만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어찌보면 주연 배우보다 더 기대가 컸던 늑대개의 존재가 영화 시작후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하고 이 시간을 대신했던, 힘을 합쳐도 모자라는 경찰서 멤버들끼의 반목과 질시가 반복되고 왕따 형사 둘만의 탐문 수사가 헛발질을 하는 장면들이 드러나면서 조금씩 힘들어졌다. 눈치빠른 관객들은 이 한바탕의 소동이 무엇 때문인지 뻔히 아는 마당에 아직도 등장하지 않은 진범을 기다리기에 지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세 종류의 파괴당한 가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폐허속에서 희미하게 나마 남겨진 희망을 언급하고 있지만 선별적이다. 다시 말해 모두 해피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파편이 된 세 가족(?)이 물리적 화합도 이루지 못한 채 제 각자의 길에 올라타고 만다. 마치 서부영화에서 말썽을 해결하고는 말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장고처럼. 따지고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바로 질풍이었음에도 그러하지 못한 채. 영화를 보고 하울링의 속뜻을 알게 되었다.


LP판이 절판되고 그동안 모아둔 컬렉션도 다 내다 버렸다. 다시 컴퍼넌트 오디오를 장만한다해도 들을 컨텐츠가 없다. 온라인 내려받기를 통해 아주 손쉽게 원하는 음악을 듣는 세상이지만 아나로그 시절, 비록 하울링이 좀 있었어도 바늘이 긁으며 새나오는 그 소리가 듣기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혼잣말 - 요즘 영화 리뷰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트위터와 연동을 시키면 좀 나아질까... 갇힌 기분이다

 

 

 

 

 

 

 

 

 


하울링 (2012)

HOWLING 
8.9
감독
유하
출연
송강호, 이나영, 신정근, 이성민, 임현성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14 분 | 20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