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그레이 - 지옥도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효준선생 2012. 2. 14. 00:17

 

 

 

 

야생의 냄새가 난다. 비릿한 동물 사체에서 나는 냄새, 뜯겨 발겨진 인육덩어리를 입에 문 늑대 무리사이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의 생존 본능. 서바이벌 게임같지만 죽지 않고서는 광야와 삼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화 더 그레이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은회색의 톤으로 무겁게 장식되어 있다. 웅장하다 못해 비장한 음향효과는 헤비하다. 등장인물들은 웃는 듯 싶어도 그건 살아나가지 못할 것이란 예감에서 나오는 초탈함이다.


알래스카 석유회사 직원들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아 보이는 작은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추락, 비행기는 홀라당 타버리고 생존자는 달랑 7명, 이제 그들에겐 이 허허벌판에서 살아남는 과제를 안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중후한 이미지와 안정적 연기를 보여주는 리암 니슨은 이들을 인솔하는 역할로 전체 극을 이끈다.


이런 어드벤처 서바이벌 스릴러물에선 죽는 순서를 맞춰 보는 재미가 있다. 다음 순서가 되는 인물들은 전조가 있다. 깐죽거리거나 이기적인 인간, 몸이 안좋아 보이거나 유난히 감정에 호소하는 인간들 순이다. 주인공이라고 순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과연 이 악마의 행군에서 살아날 사람은 누구일까. 몇 명이나 될까.


앞이 보이지 않는 악천후보다 무서웠던 것보다 바로 늑대떼였다. 형상의 맹수의 그것이지만 이들에겐 저승사자의 느낌아니었을까 조금만 대오에서 떨어지면 악귀처럼 달라붙어 순식간에 목숨줄을 앗아가는 검은 그들은 중과부적처럼 보였다.


오트 웨이는 유언장을 써놓고 자진하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전해졌다. 들고 있던 라이플 장총을 거두고 그는 무덤덤하게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손에 꼬깃 쥔 유언장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비춰졌다. 악몽처럼 비행기는 추락했고 자신을 비롯한 7명만 살아남았음을 알게 되었다. 어디론가 이동을 하기로 했다.


이들의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들의 한마디는 그대로 유언이 되고 이를 증명할 사람도 없어졌다. 입김에 실려 황량한 알래스카 荒原으로 흩어졌을 뿐이다. 사람은 언제쯤 생존의 갈구를 포기하게 될까 서로 조금씩 다른 죽음을 맞이하는데, 줄곧 입바른 소리를 해댄 디아즈에게서 가장 적절한 인간본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속에선 두 가지 전제를 던져주었다. 늑대가 나타나기 직전, 오트 웨이는 몽환에 빠진다. 전처로 보이는 여자와의 행복했던 시간, 그녀는 속삭이듯 두려워 하지 말라지만 현실은 어긋난다. 그저 꿈일 뿐인 셈이다. 또 늑대와 맞서며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쓴 시를 읖조린다.


한번 더 싸우자

마지막으로 폼나게 싸우자

바로 이날 살고 또 죽자

바로 이날 살고 또 죽자


인간이 늑대와 대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불가항력이다. 일대일로 어찌 이겨낼 수 있겠나. 인간이 자연에서 맹수를 제압할 수 있는 건 무기와 화력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赤手로는 도리가 없다. 공수래 공수거라는 말이 그대로 반영된다. 홀로 남아 알파라고 불리는 늑대와 맞서는 오트 웨이의 절박함이 자살을 시도했던 그 였음과 오버랩된다. 살고 죽는 것에 대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영화 더 그레이였다.

 

 

 

 

 

 

 

 


더 그레이 (2012)

The Grey 
9.5
감독
조 카나한
출연
리암 니슨, 더못 멀로니, 조 앤더슨, 제임스 뱃지 데일, 달라스 로버츠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16 분 | 20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