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디센던트 - 가족은 群島다. 모여 있어도 흩어진 듯

효준선생 2012. 2. 13. 00:27

 

 

 

 

 

모터보트를 타다 사고로 코마에 빠진 아내 때문에 변호사로 바쁘게만 살아 가정 일엔 낯설기만 한 남편은 아직 어리기만 보이는 두 딸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시간 나는대로 아이들도 돌보며 병구완을 하면서 그럭저럭 사는 그에게 망치로 뒷통수를 때리는 듯 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가 사고가 나기 전 바람을 피웠단다. 어찌해야 하나.


영화 디센던트는 이를테면 하와이의 왕족의 후예이자 막대한 부동산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한 남자의 가정사를 아내가 사고로 병상에 누워있는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는 시간까지, 그가 해야 할 행동과 고뇌를 담담하게 그린 드라마다.


소위 영화의 극적 장치란게 별로 없다 보니 심심할 정도다. 예를 들어 자신이 팔려고 내놓은 부동산이 개발되면 그 이익을 볼 사람이 바로 아내와 바람을 핀 부동산 업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팔려는 땅을 거두어들인다는 거 말고는 그가 한 행동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남자에게 자신의 아내가 죽을 지도 모르니 병원에 들려보라는 엉뚱한 제안을 한다. 심적 부담이라도 주기 위해선가. 오히려 나오면서 남자의 아내에게 입술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재미있는 복수를 읽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에 그는 크게 분노하지 않는다. 큰 딸이 다소 방만한 행동을 해도 그는 마치 한 집 건너에 사는 아저씨 같은 표정으로 지켜만 보았다.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평생 집안일은 아내에게 맡기고 돈 씀씀이조차 짠돌이 소리를 들었던 그이기에 가정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여긴 것 일까 하기사 그 정도 외모에 재력이라면 뭘 걱정하며 살겠는가 싶다.


비행기안에서 하와이 섬을 내려다 보며 그는 이런 말을 한다. “가족은 群島다. 하나의 개체로 되어 있지만 다 독립적이다. ” 그와 어린 두 딸, 그리고 밥풀떼기 남자 친구가 같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모습도 그다지 스티키해보이지 않는다. 더 시간이 흘러 재혼을 하지 않는다면 이 남자의 말년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과 소파에 편한 자세로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같은 담요를 덮고 있는 모습이 무척 단란해보인다. 엄마의 부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지 클루니를 보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늘그막에 저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롭지 않은가. 이번 영화도 하와이에서 시간에 쫒기지 않으며 유유자적하며 찍은듯한 느낌이 이곳저곳에서 묻어났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하와이의 중산층 가정의 모습, 하와이의 풍광이 느릿하게 펼쳐지는 모습이 호감이 갔다.

 

 

 

 

 

 

 

 


디센던트 (2012)

The Descendants 
7.5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조지 클루니, 쉐일린 우들리, 주디 그리어, 매튜 릴라드, 보 브리지스
정보
코미디 | 미국 | 115 분 | 20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