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롤란 마이러브 - 얼마나 사랑하면 이럴 수 있을까(추천)

효준선생 2012. 2. 11. 00:21

 

 

 

 

선남 선녀다. 아픈 사연만 없다면, 가난 때문에 원치 않는 생활전선에 뛰어 들지만 않았다면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허나 그냥 놔두질 않는다. 인연이라는 건 힘들게 다가올수록 지켜내야겠다는 신념이 더 굳어지는 모양이다. 피부색도, 국적도, 가치관도 모두 다른 두 남녀, 무엇이 그들을 사랑이라는 매개로 한데 묶어 두었을까. 그냥 사랑하기에, 그래서 함께 있고 싶어서? 그 답은 영화 스롤란 마이러브를 다 보고도 얻을 수 없는 답이었다.


이 영화 낯선 질감의 영화다. 캄보디아가 배경으로 나왔던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없다. 비록 여주인공이 캄보디아 처자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태국 여배우다. 주변인물이 캄보디아 인들이겠지만 생각보다 그들의 삶은 비루해보였다. 오죽하면 스물살밖에 안된 여자가 밤의 꽃이 되었을까 하지만 동정도 별무소용이다. 돈이 생기면 노름판돈으로 가져다 쓰는 엄마와 에이즈로 죽었다는 그녀의 언니 이야기에서 이들이 삶은 고쳐질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영화 중반쯤에 재미있는 상황이 하나 나온다. 독일남자 벤이 여자의 고향인 시골에 갔는데 그곳 사람들은 새신랑이 자신들의 집을 지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음을 설파하는 장면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들이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을 져야하나. 생면부지의 그들이 나와 무슨 상관인데, 독일 남자 마인드로는 못마땅한 게 당연하다. 그렇다고 둘 사이의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것도 신기하다. 정말 사랑하는 게 맞나보다.


여자가 돌이킬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렸다. 감염의 우려가 있다. 에이즈다. 벤은 그런 여자에게 무슨 생각에서인지 약도 사주고 독일에서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와 그녀와 함께 머문다. 그게 가능한 걸까? 죽을 지도 모르는 스무살의 여자와 분명 무서울텐데도 해맑게 웃기만 하는 스무살 중반의 아직은 어린 청년의 사랑. 달콤하고도 씁쓸하다.


죽을 병을 그린 영화지만 울고 짜지도 않았고 남녀의 멜로영화임에도 선정적인 장면이 스크린을 벌겋게 물들이지 않았다. 마치 유채화속의 그림을 보는 듯한 약간은 헤비한 질감의 영상들, 그리고 그안에서 부유하는 청춘의 애매한 사랑이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다. 너무 먼 곳에 떨어져 있기에 전화로 상대방의 안위를 묻는 장면이 공감이 갔다. 하고픈 말이 있지만 채 다하지 못하고, 걱정으로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그녀를 생각하면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않았다.


영화의 또 하나의 매력은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이다. 칙칙한 뒷 배경을 화사하게 만든 그들의 비주얼은 내용과 상관없이 그저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 어디서 저런 배우들을 캐스팅했는지(물론 나름 잘 알려진 기성 배우들이지만)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엔딩 타이틀에 올라오는 크리딧도 봐야 한다. 그들은 여태 잘 살고 있고 아이도 있다고 전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힘들고 독특한 사랑이지만 인연은 어디서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고, 보고 나서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갈 만한 영화다.

 

 

 

 

 

 

 


스롤란 마이러브 (2012)

Same Same But Different 
9.7
감독
데틀레프 벅
출연
데이빗 크로스, 아핀야 사쿨자로엔숙, 스테판 코나스케, 완다 배드왈, 젠스 하르저
정보
로맨스/멜로 | 독일 | 104 분 |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