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티스트 - 흑백 무성영화가 보여주는 놀랄만한 힘

효준선생 2012. 2. 10. 00:00

 

 

 

 

長江後浪推前浪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는 의미다. 세상은 진보하고 사람들은 신진에게 제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인류는 그렇게 움직여왔다. 밀려나고 물려줘야 하는 입장에선 괴로운 일이지만 자신도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했을때 누군가의 눈물과 회한을 챙겼다는 의미일뿐이다.


사회 초년병 시절,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선배님의 후광에 눈이 부셨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언제나 저 자리에 오르나 부럽기만 하다. 가진 재능을 발휘해보지만 시대를 자신을 요구하지 않아 섭섭하다. 우연한 기회에 선배님의 눈에 들어 관심을 받지만 어느 틈엔가 감춰버렸다. 자신의 감정이 사랑일 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든다. 성공을 위해 남들보다 스스로를 단련하고 돋보여야 하는 노력끝에 한 계단 한 계단 올랐다. 마치 개천에서 용나듯이.


영화 아티스트는 보기전 선입견을 갖기 십상인 영화다. 흑백에 거기다 무성이란다. 까막눈에 귀머거리가 연상되어 답답하면 어쩌지, 섬광이 번쩍거리는 화려한 액션에 남녀상열지사가 눈에 어른거리던 영화만 보다 이런 영화 적응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근심도 조금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채 5분도 안되어 기우임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심도 탓이 아니었다. 테크닉 측면에서 배우들의 마치 붕어가 입만 벙긋거리게 만든 조작이 기존의 영화가 내보이는 불필요한 정보에 대한 一喝이었으며 굳이 컬러풀한 화면이 필요없었던 것은 1920년대 후반의 실정을 보여주는 데 그보다 적확한 고증이 더 있겠나 하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였다.


다시말해 이 영화, 진정한 무성영화를 지향한 게 아니었다. 아주 잠깐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때, 혹시 배우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립싱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요즘 영화들도 후시녹음에 길들여져 더빙과 심지어 대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고발, 그런 것처럼 비춰졌다. 아무튼 소리가 없다고 해서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힘들지 않았다. 사람의 성대울림은 비록 없지만 클래식 넘버를 방불케하는 멋진 앙상블이 배경음악으로 깔렸으며 시시껄렁한 대사보다 포인트만 집어주는 자막 몇줄이 더욱 신뢰가 갔다.


이 영화는 앞 시대와 뒷 시대의 구분선을 유성영화의 등장 싯점에 놔두고 있었다. 무성영화 시절 최고의 스타 조지 발렌타인이 변화하는 시대를 거스르다 추락을 거듭하는 모습과 유성영화의 등장을 맞아 젊고 참신한 배우들의 성장을 빗대며 구세대와 신세대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느낌의 연정은 시절이 바뀌고 대중들의 취향이 변화함에도 함부로 사그러들지 않음을 페피 밀러의 지조로 보여준다.


수없이 많은 NG를 내면서 여배우와 사랑을 느끼던 모습, 단역에서 시작해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씩 커지는 밀러의 비중을 보여주던 장면, 경제적 궁핍으로 자신의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았을때 이를 모두 거둬들인 밀러의 마음 씀씀이들이 겹쳐, 이 영화는 사랑과 세상의 변화를 교묘하게 직조해내고 있었다. 일이 공적인 부분에서의 부침이라면 사랑은 사적인 부분에서의 지속이었다.


두 남녀 배우의 결합은 구세대와 신세대의 절묘한 결합이었다. 그들이 선보인 새로운 舞踊, 탭댄스를 추고 나자, 제작자겸 디렉터가 외친다. “컷, 퍼펙트” 이윽고 쏟아지는 갈채. 영화 아티스트는 보여지는 화려함이 다가 아니라 들리지 않는 화려함으로 승부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인상을 남겼다. 이 영화, 큰 시상식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건투를 빈다.

 

 

 

 

 

 

 

 


아티스트 (2012)

The Artist 
9.7
감독
미셸 아자나비슈스
출연
장 뒤자르댕, 베레니스 베조, 어기, 존 굿맨, 제임스 크롬웰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프랑스 | 100 분 | 201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