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슬랩스틱 브라더스 - 우리의 개그는 허접하지 않아요

효준선생 2012. 2. 6. 01:28

 

 

 

 

도시의 어두운 곳만 골라 다니며 싸움질만 하며 하루를 보내는 류헤이, 삼류 개그맨이자 동료에게도 버림받고 사랑하는 여자친구와도 헤어진 토비오. 쉽게 말해 루저와도 같은 이들이 유쾌한 반란을 도모하는 이야기, 영화 슬랩스틱 브라더스다.


코미디에도 여러 장르가 있는데 슬랩스틱은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이 펼치는 개그와는 좀 다르다. 따져보면 스탠딩 개그인 "만자이(漫才)"라고 소개가 되는데 한국의 만담은 혼자, 혹은 둘이 말로만 웃기지만 이들의 개그는 상대방의 몸을 건드리거나 서있는 자리에서 좀 떨어져서 몸으로도 웃음을 주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스탠딩 개그에 슬랩스틱을 약간 섞었다는 설명이다. 멀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상대방의 말을 잘라 추임새를 넣거나 오해를 부를만한 상황을 전개시키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개그의 형식이다. 영화속 대화중엔 츳코미(상대방 말에 무의식적으로 툭툭 내뱉는 추임새), 보케(츳코미의 상대), 게닌(광의의 연예인), 오와라이(우스개 소리로 풍자하는 것)등등의 용어들이 나온다.  


원래 토비오는 타모츠와 한 팀이었다가 결별을 선언당한다. 물론 타모츠의 속내는 따로 있고 나중에 오해가 풀리고 다시 재결합하는 계기가 되지만 팀으로 구성되는 만담에서 혼자 남는다는 건 방송생명의 종지부나 다름 없었다. 특히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그를 팀원으로 받아줄 만한 개그팀이 없기에 그의 고민은 깊어간다. 한편 싸움꾼이나 다름없는 류헤이의 경우, 구치소에서 토비오와 조우하며 우연찮게 자신의 재주를 발견하지만 그를 괴롭히는 깡패들에게 시달리며 갈등을 한다.


이 영화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청춘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가며 희망의 찬가를 부른다는 이인삼각의 드라마처럼 보인다. 등장인물이나 사건도 많지 않지만 토비오를 중심으로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읽기를 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다소 비약적인 시퀀스와 오버스러운 코미디같은 장면들 때문에 실없게 웃게 되지만 그게 이 영화의 장르인 셈이다. 토비오의 연인으로 나오는 이시하라 사토미의 시원시원한 웃음에 매료될 때쯤 영화는 역시 긍정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지금 하는 일이 좀 힘들어도 이 영화 보면 마음은 편해지지 않을까 인복이 많아보이는 토비오가 상당히 부럽긴 하지만 다 자기 하기 나름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일본의 만자이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국의 코미디언들에게도 힌트가 되어줄 만한 영화다. 토비오와 타모츠 콤비에게서 예전 개그맨 서경석, 이윤석이 연상된다.

 

 

 

 

 

 

 


슬랩스틱 브라더스 (2012)

Slapstick Brothers 
10
감독
시나가와 히로시
출연
사토 류타, 카미지 유스케, 이시하라 사토미, 아야베 유지, 아키야마 류지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일본 | 137 분 |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