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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 허세로 살아온 인생, 후회는 없다

효준선생 2012. 2. 3. 02:42

 

 

 

 

이 남자의 삶은 어디서부터 재단해볼 수 있을까.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카피 이상으로 그럭저럭 비루한 세관원으로 살다 갈 남자가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면서 변해버린 처세의 방식. 아니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힘 센 편에 붙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도 자신의 운명, 또 다른 한 편을 알지 못했다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의 전성시대는 제목처럼 두 개의 판본으로 움직인다. 물론 비중은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놈 최익현이 차지하고 있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판이 커지면서 그에 못지 않는 센 조검사의 시선이 가미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최익현이라는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살아남는 다는 것의 한 가지 공식을 보여준다.


뻥에 가까운 허세는 이 영화의 키워드다. 복어나 무당 개구리처럼 제 몸을 한껏 부풀려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주지만 알고 보면 텅빈 공갈빵에 불과할 뿐이다. 상대가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그는 보스의 대부가 아니라 건달도 민간인도 아닌 “반달”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가족들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자기만 바라보고 세관이라는 조직은 부정을 덮기 위해 눈하나 깜짝않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야비한 세상을 살기위해 선택한 방법중의 하나인 셈이다. 어수룩한 허세가.


한국이 제 아무리 혈연이나 지연을 우선시 한다고 해도 조직의 보스와 呼父呼子하기가 쉽지않다. 맞 먹자고 해서 그렇게 된 듯 보이지만 보스의 마음속에 두 가지가 자리잡고 있다. 다른 재주는 없지만 인맥쌓기의 달인이니 그의 꽌시를 적절하게 이용만 하자. 또 하나 자신의 수하들과 경쟁구도를 만들어 자기들끼리 긴장하게 해서 알아서 제거되도록 하는 데 쓰자 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영화에서 조직의 보스로 나오는 최형배와 최익현의 관계는 본관이 같은 동성이라는 것 뿐이다. 최익현이 주장하는 것처럼 혈연을 최형배가 순진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최익현의 입장은 좀 다른다. 보스가 인정한 대부, 다시말해 1인자는 못되어도 2인자는 되지 않을까 하는 망상과 만용이다. 제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조직이라고 해도 언제든지 숙청당하고 배신이 난무하는 곳이 바로 그곳 세계다. 그러기에 2인자의 자리를 노리고 굴러들어온 돌멩이가 고깝게 보이는 건 상식이다. 싸워 이길 능력이 없는 자들이 말빨로 높은 자리에 오래 있을 가능성은 없다. 혈맹이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은 아무에게나 쉽게 자리를 양보하는 곳이 아니다.


권력자들에게 소위 깡패의 존재는 계륵과 같다. 건들이자니 자신들과 연계되어 있는 끄나풀들의 반항이 무섭고 가만히 놔두자니 목소리 큰 사회구성원들을 호도할 뾰죽한 방법도 없다. 전쟁과의 범죄는 그렇게 만들어진 구호일뿐이다. 일제 소탕령을 내려봐도 깡패 장학생들은 일찌감치 傳言해 버리니 잡히는 애들은 피라미들 뿐이다.


다시 반달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이 영화의 최종 승자는 반달이 맞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무조건 해피했다면 그건 아닐 것 같다. “내가 이겼다”며 피를 흘리면서도 피식 웃는 장면이 그후 몇 십년 지나 주름진 노인의 얼굴과 교차하면서 그 사이의 시간동안 속을 끓이며 살았을 그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는 주먹으로 싸워 이긴게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와 어두운 커넥션을 자기 앞에 잘 갖다 놓았을 뿐이다. 그 불안함 마음은 총알도 들어 있지 않은 권총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전이된다.


깡패영화라고 해서 무턱대고 깡패를 찬양하지는 않는다. 1980년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그들의 전성시대는 겉으로는 마무리 되었다. 그 사이 최고 권력자들의 순배도 돌았다. 하지만 그들의 전성시대에 활약하던 인물들 중 몇몇은 여전히 암약중이다. 자신의 나와바리를 침범당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끔은 이런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끄집어내고,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횡포, 배신, 탐욕의 아이콘을 하나씩 클릭해나가니 여간히 불편하지 않을 듯 싶다.


영화는 끝이 났다. 왜 깡패들을 간지나게 그렸냐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나름 멋진 장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멋은 그들 사이의 멋이다. 30년 가까이 되는 이 땅의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말자. 아직도 2인자로 살며 단맛을 빨고 사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마이너가 마이너로 만족하는 시점이 이 영화의 종결점이다. 아니 그런가 대부선생.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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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마동석, 곽도원
정보
범죄, 드라마 | 한국 | 133 분 | 2012-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