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스터 나이스 - 일탈만이 인생을 말해주진 않는다

효준선생 2012. 2. 5. 00:18

 

 

 

 

영국 웨일즈에서 온 남자라고 했다. 공연장에 선 그는 청중을 향해 대뜸 사복경찰이 있냐고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아는 지 모르는 지 싶었다. 그는 누구인가


영화 미스터 나이스는 마약거래상으로 악명을 떨친 하워드 막스라는 실존인물의 거의 대부분의 일생을 다룬 실화영화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처럼 자료화면을 가져다 인터뷰만 덧붙인 영화는 아니다. 전문배우를 써서 영화의 극적 요소를 다분히 가미해낸 다큐 드라마다. 그럼 하고 많은 인물 중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터부시 하는 마약거래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을까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하워드 막스는 수십개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정해진 거처가 일정치 않은채 아마 평생을 수배자 신분으로 떠돌며 살았던 그야말로 역마살이 잔뜩 낀 남자의 일생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유목생활에서 벗어나 정주의 시대로 들어서면서 인간은 스스로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건 그래야만 타인과 더불어 사는데 피차간의 방해가 되는 요소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본 모양이다. 프라이버시 이상으로 공동체 규범도 강조되었는데 소위 말하는 기호품은 그 경계에 있는 사물이다. 커피, 술, 담배에서 마약에 이르기까지. 영화속에선 아주 노골적으로 마약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리고 환각상태에 빠진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시선까지 흔들어 놓았다.


마약의 폐해는 단순히 혼자 즐기고 끝내는 여타 기호품과는 다르다.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거나 인이 박혀 중독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독자의 금단현상을 이용해 돈거래를 강요하고 종국에는 돈을 구하기 위해 사회적 일탈행위까지 서슴지 않게 된다는 데 있다. 영화속에서도 등장하지만 파키스탄, 아프카니스탄의 마약 재배와 제조과정은 영국이나 미국등 소비국가와 비교해 저울질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피우는 사람이 있으니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상의 문제를 바로 주인공 하워드 막스가 책임진다는 식이다.


또 하나 그는 마약(영화에서는 대마초)이 왜 문제가 되냐고 반문한다. "약초에 대해 전쟁을 할 수 있냐?" 그러나 자연에서 피고 지게 놔두질 못하고 독을 만들고 그 독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또 IRA(아일앤드 공화국 군대)와 MI16(영국 비밀 정보국)을 들먹이며 마치 자신이 국제적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호도하는 장면에선 쓴웃음이 났다.


행각이라는 말은 원래 선승이 자연을 떠돌며 도를 깨친다는 말이었는데 불자들을 낮추던 시기에 폄훼된 단어다. 영화속 하워드 막스의 일생을 들여다 보면서 마음만 먹으면 해피하게 살 수 있었을 똘똘한 머리를 가진 그가 왜 이런 길을 선택했는지,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해탈한 행각승이라도 된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옥스퍼드 특채생 출신이 마약거래상으로, 범법자로, 자신의 정체성인 이름마저도 혼동할 정도로 여러 가지를 쓰며 사는 삶의 모습. 비록 풀뿌리를 입에 물고 매캐한 검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이 비록 본인은 행복한 지 모르지만 보는 관객의 시각에선 여간 답답해보이지 않았다. 영화제목 미스터 나이스는 그의 별명이다.

 

 

 

 

 

 

 

 


미스터 나이스 (2012)

Mr. Nice 
9
감독
버나드 로즈
출연
리스 이반스, 클로에 세비니, 데이빗 튤리스, 엘사 파타키, 크리스핀 글로버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영국 | 121 분 |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