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카 잭 - 순둥이 아줌마도 밟히면 꿈틀한다

효준선생 2012. 1. 23. 00:39

 

 

 

 

 

남편의 폭력에 맞서 속절없이 당하고만 사는 여자 로레인, 그녀가 하는 일이라고는 정부로부터의 기초생활비뿐이다.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과 하소연을 하는 과정에서 지적받았던 자신의 유약한 심성에 한숨만 내쉴 뿐이다. 하루는 모임에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은행강도에게 자동차를 빼앗기고 그녀와 그녀의 아들 채드는 인질이 된다.


영화 카 잭은 영화의 대부분의 시간을 로레인의 차 안에서 인질범과 인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단순한 시퀀스가 반복되지만 두 세번 일어나는 로레인의 탈출시도가 극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마지막 부분에 가서 클라이 막스로 치닫는다.


은행강도짓을 하고 멕시코로 가서 새 삶을 살겠다며 흰소리를 늘어 놓는 로이에게선 진정성과 가식이 교차한다. 인질과 인질범 사이에서 간혹 벌어지는 스톡홀름 신드롬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는 로이가 인질범인 로레인에게 강요하는 수준으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로이가 로레이에게 동정심을 갖는 수준인 리마 증후군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둘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서로를 극도로 견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가면놀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이런 놀이는 반복된다.


로레이가 보여준 탈출의지는 그다지 강렬해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 그녀는 운전대를 장악하고 있었다. 로이가 총기를 보여준 적도 없었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항을 해 볼 만도 했겠지만 어린 아들 채드때문인지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부분에선 보는 관객들이 안타까와 할 듯 싶었다. 그러나 조금씩 강해지는 로레이의 탈출욕에 따라 로이도 거기에 맞는 대처를 하지만 이상하게도 폭력을 행사하거나 더욱 모질게 굴지 않는 점은 정말 로이가 로레이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지 의심도 갈 만했다.


영화는 차량안에 달린 시계를 자주 비춰 주었다. 대략 밤 8시에서 시작한 이들의 게임은 새벽3시까지 계속되었다. 로이의 본 모습을 알게 된 뒤 로레이는 사람들에게 화를 낼 줄을 모는 순둥이 취급을 받지 않을 정도로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며 거칠게 로이와 맞선다. 이 부분에 이르면 전 남편에게 받은 폭력의 잔상을 고스란이 로이에게 전가하는 모습처럼 비춰진다.


차 안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판을 좌지우지 하는 남자와 거기에 순응해야하는 여자의 관계는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목격되는 장면이다. 로이는 절대로 열 살 정도된 아이 채드 앞에선 폭력을 쓰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에서도 설명하는 부분이 있을 법 하다.


차안에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흡사 부분싸움을 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아이 때문에 억지로 사는 부부들의 모습을 연상케하기도 했다. 비록 만신창이가 된 한밤중의 악몽같은 게임이 끝나고 전 남편과의 소송에서 승소하는 부분에선 당사자들이라면 쾌감을 느낄 만 해 보였다.


어둠을 뚫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낡은 쉐보레 자동차의 전조등이 비추는 곳은 앞 차량의 뒷 범퍼나 마주오는 차량은 아닐 것이다. 우연히 마주칠 지도 모르는 인생의 곡절에서 유일하게 붙잡을 수 있는 동앗줄은 아닐까. 로레이가 가정 폭력과 경제적 어려움에서 해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남는 뭔가의 찝찝함은 여전했다.

 

 

 

 

 

 

 

 


카 잭 (2012)

Carja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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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보니토
출연
마리아 벨로, 스티븐 도프, 조안나 캐시디, 크리스틴 커, 캐서린 덴트
정보
스릴러 | 미국 | 90 분 | 201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