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 동물원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실감영상(강추)

효준선생 2012. 1. 18. 17:30

 

 

 

백악기를 살았던 공룡이 한반도라고 살지 않았을 법이 없으니 그 시절 공룡의 이야기는 제법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될 듯 싶다.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는 바로 공룡이 천하의 주인으로 행세하던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인화되지 않은 동물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장르로 치부되기 십상이지만 이 영화는 과도하게 의인화해서 사람인지 동물인지 아니면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인지 알 수 없는 크리쳐들이 설쳐대는 그런 시시한 만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공룡이 보여주는 비주얼 상의 공포심 때문에 극악무도하거나 늘 혼자 주유천하하며 이종족을 잡아먹는 괴물로 간주되어 왔지만 이 영화에선 공룡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서로를 지켜주기 위한 노력은 그들도 인간못지 않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공룡이 대사를 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 점박이의 입장에서 나레이션으로만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서사성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으면서도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공룡에게도 생존의 계급이 있다면 상위권에 속할만한 타르보사우르스로 태어난 ‘점박이’는 비슷한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인 ‘애꾸눈’과의 질긴 악연을 맺고 서로가 죽이지 않으면 죽을 운명이라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둘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성인이 된 점박이와 노쇠해가는 애꾸눈과의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졌지만 그 끈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점점 더 큰 횡포와 복수의 관계로 이어진다.


동물이라고 죽음 앞에 슬퍼하지 않는 건 아니다. 마땅히 복수를 할 만한 길을 찾지 못할 뿐이다. 인간처럼 무기를 숨기고 있다가 해를 입힐 수도 없고 탈 것을 이용해 원수의 뒤를 쫒을 수도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점박이의 엄마에게 한쪽 눈을 잃은 애꾸눈의 복수심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점박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적도 커지고 우연히 만난 암컷 ‘푸른눈’과의 사이에서 새끼도 생긴다. 가장이 된 셈이다. 하지만 악연은 반복되는 법, 애꾸눈에게 가족을 잃은 점박이가 또 한번 가족을 잃을 처지에 몰렸으니, 이 정도가 되면 관객들은 공룡 점박이가 아니라 강호를 떠도는 무협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법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공룡과 관련된 도감이나 사전을 본 것과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점박이 눈에 띄는 공룡이 처음 등장하면 이름을 소개하고 간단한 특징도 알려준다. 아이들에게는 이 보다 좋은 자연사 공부가 없을 듯 싶다. 거기에 테크놀로지측면에서도 이 정도 기술력이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듯 싶다. 거친 피부와 공룡의 표정이 생동감이 넘치고 떼로 이동하는 공룡무리를 부감하는 카메라워크도 매우 좋았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배경을 채록해 덧붙임으로써 마치 실사영화나 다름없는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며, 시원하게 펼쳐진 백그라운드는 3D안경을 씀으로서 답답했던 시야를 탁 틔게 해주었다.


이 영화는 확실한 교육효과가 있는 공룡 캐릭터에 가족애라는 감동적인 이야기 전개, 거기에 한국의 영상기술의 획기적 진보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오랜만에 시사회가 끝나고 박수가 터져나온 수작이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2012)

8.4
감독
한상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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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애니메이션 | 한국 | 90 분 | 2012-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