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한가지, 사랑

효준선생 2012. 1. 15. 00:36

 

 

 

 

짚신도 다 제짝이 있다는데 살 날 멀지 않는 청춘남녀가 같은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하고 같은 병원에서 시한부 인생임을 선고받는다는 게 가볍게 지나칠 인연은 아닌 듯 싶다. 이제 서른이나 될 성 싶은 청춘에게 앞으로 짧으면 석달, 길면 육개월 남았다는 선고에 눈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자기 눈앞에 마치 판박이처럼 같은 인생이 떡하니 나타난다면 그건 행운일까 또 하나의 불행일까  짚신 한짝에 비유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는 죽는 이야기를 다룬다. 아니 죽지는 않지만 죽는 날을 받아놓은 우울한 청춘의 불꽃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아놓았다. 하지만 변변한 러브라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신체접촉이라고는 살포시 포옹하기, 가벼운 입맞춤 정도라서 심심할 수도 있다. 죽기를 각오한 그들은 자신의 난치병에 거칠게 항거하는 대신 잘 죽기 위한 대비에 몰두한다.


중국의 황제는 젊은 나이에 등극하자마자 묫자리를 보러 다녔다. 명당자리를 찜해놓아야만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우린 죽음에 대해 늘 터부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숫자 4가 죽을 死와 같다며 피할 정도인데 이들은 납골당이나 수목장을 알아보고 수의를 맞추러 다니는 등 소극적 회피로 보이는 행동을 한다.


자기가 죽고 나서 시신조차 수렴해줄 지인하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태어나 한 평생을 살다 가는 마당에 가급적 깔끔하게 세상을 떠나면 오죽 좋겠는가. 웰빙 못지 않게 웰다잉이 주목받는 세상에 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야릇하다.


딱보기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 로또나 땡기고 동생 내외에게 얹혀살며 눈칫밥이나 얻어먹는 주제, 사랑을 해보았는지 말았는지 연애사에도 관심이 없다. 반대로 은행에 다니는 여자는 그야말로 똑순이처럼 살아왔다. 만약 앞으로 죽을 날을 받아놓은 상황하에 누가 더 억울할까


영화는 이렇게 죽을 날을 아는 남녀를 한 공간에 밀어넣고 티격태격하는 모습보다, 조화롭게 서로를 이해하고 한발 정도 양보도 할 줄 아는 모습으로 그려넣으려고 애를 썼다. 여자가 남자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난 성격이 모나서 내가 꺼지라고 하면 완전 꺼지지 말고 잠깐 꺼졌다가 금방 다시 와야해”라고. 이 말을 왜했나 싶었는데, 갈등이 생겨 잠시 떨어져 있던 시간, 남자를 그리워했던 여자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아마 이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둘 만의 시간이 러닝타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란색 학원 버스안에서 가끔은 알콩달콩, 가끔은 홀연 찾아온 병마의 기색을 이겨내며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반적으로 차분한 톤을 유지하다 막판에 터뜨리는 구조다.


배우 엄태웅에게 이런 질문이 들어갔다. 만약 극중 인물과 같은 처지라면 어떻게 하겠나. 공기좋은 시골에 가서 머물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영화 중반부에 남자는 호전의 낌새가, 여자는 병마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며 둘의 입장에 미묘한 차이를 둔 설정이 관심을 끌었지만 이걸 극적 효과로 이어가지 못한 채  “살 수도 있다”에 더 비중을 두고 두루뭉술하게 결론을 지어버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둘 다 죽는다는 설정하에선 동병상련이지만 만약 한 사람은 산다고 가정하에서도 여전히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었을까.


심장이 뛰고 뇌가 살아 있어 인지를 하는 동안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던 커플, 그들도 그렇지만 죽기 전에 하고픈 한가지를 꼽으라면 대개 사랑을 선택하지 않을까 그게 이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의 메시지다.

 

 

 

 

 

 

 


네버엔딩스토리 (2012)

9.5
감독
정용주
출연
엄태웅, 정려원, 유선, 박기웅, 최은주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114 분 |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