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송곳니 - 완전한 자유는 어느 곳에도 없다

효준선생 2012. 1. 16. 00:02

 

 

 

 

영화는 처음부터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마치 폐쇄된 공간에 피실험자들을 넣어두고 관음적으로 바라보는, 거기에 영화적 장치와 배경, 그리고 대사들은 대개가 메타포로 되어 있다. 왜 이런 실험을 하는 건가.


영화 송곳니의 시작은 바다라는 단어의 정의를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마 엄마로 추정되는 사람의 목소리가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해 흘러나왔고 아이들은 그걸 주어 삼킨다. 마치 음식물을 섭취하듯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익숙한 모양이다. 그런데 테이프에 녹음된 단어의 정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바다, 의자, 소풍, 카빈총의 이미지는 예상외의 풀이로 설명되고 있다.


아이들은 네다섯 살 유아들이 아니었다. 성숙한 육체만 보면 얼추 약관, 방년의 나이로 보이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건가. 아버지는 매일 차를 몰고 공장에 나가 일을 하는 것 같고 엄마와 세 남매는 집안에 머물고 있다. 필요한 물건은 아버지가 사다 주고, 세상밖엔 고양이 같은 괴물이 살아 절대로 나갈 수 없다고 훈육을 한다.


이 영화에선 유독 핥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유일하게 외부에서 온 여자에게도, 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핥아주어야 하는 강박이 요구된다. 구강기 아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몸이 성인이지만 정서는 아직도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성적 코드는 이 영화에서 스릴을 자극하는 요소다. 남녀 배우의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며 특히 남자아이의 성적분출을 해소해주기 위해 아버지가 데리고 온 회사 경비원의 경우, 이 집안에 평지풍파를 불러 일으키는 자극제가 된다. 늘 짧은 바지나 수영복 차림의 아이들, 아무도 없는 공간이지만 그럼에 더욱 불안감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나중에 외부인이 배제되고 여전한 젊은 남자의 성적욕구를 해소시켜줄 도구로 선택된 그 누군가의 모습에서 마치 고려시대의 간택제도가 연상되었다.


아이들은 갇혀있다. 밖으로 도망갈 수 없게 방책이 쳐져 있지만 그렇다고 외부로의 탈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절대로 대문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건 오랜 시간 훈육에 의해 길들여진 결과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심지어 전화조차 할 수 없다. 외부와의 완벽한 차단이었다. 그렇다고 반항할 기세도 없다. 아버지에 대한 순응이었다.


이 영화를 본 몇몇은 이 영화를 사회주의 체제의 독재에 대한 절묘한 저항과 고발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거시적이고 남의 나라 이야기 할 필요도 없다. 세상과의 정직한 소통을 저해하는 몇몇 언론의 행태, 국민을 무시하는 듯하며 늘 가르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소위 사회지도층의 안하무인격 태도, 소위 3S라고 불리는 스크린, 섹스, 스포츠에 관해서만 관용을 베푸는 듯한 정권유지적 스탠스. 이런 것들이 이 영화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한국사회와 맥을 일치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유일한 놀이터인 풀장에서 수영을 하거나 눈을 가린 채 엄마의 외침에 따라 한데 모이는 놀이를 하거나 이런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며 즐거워 한다. 그리고 딸은 배제한 채 아들에게만 허용된 성적 욕구의 해소, 그리고 이들은 그게 세상의 전부인 양, 나름 만족하며 산다. 남매간에 비행기 모형을 놓고 칼부림이 나거나, 고양이에 대해 악감정을 분출하는 장면, 근친상간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후반부엔 스릴러 그 이상의 공포감과 불유쾌함을 선사하지만 그게 암시하는 무엇인가를 짐작하기 위해 뇌가 땀을 흘려야 했다.


아버지는 플라이 투 더 문이라는 영어 노래를 들려주면서 엉터리 해석을 붙인다. 절대 빠질 것 같지 않은 송곳니가 빠져야만 독립해 나갈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호도한다. 이들 남매에게 탈출을 권하고 싶지 않다. 성공여부를 떠나 과연 이들이 맞닥뜨릴 세상이 아버지가 염려하는 것처럼 호된 곳인지 누가 알겠나. 우린 이들이 사는 집 밖에 산다. 그렇다고 확실하게 독재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나? 나의 송곳니는 빠진 적도, 아령으로 두드려 뺀 적도 없다. 

 

 

 

 

 

 

 

 

 


송곳니 (2012)

Dogtooth 
8.9
감독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출연
크리스토스 스테지오글로, 아겔리키 파푸리아, 마리 초니, 안나 칼라이치도, 미셸 밸리
정보
드라마, 코미디 | 그리스 | 93 분 | 201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