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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싱퀸 - 네 꿈만 꿈이냐? 그럼 내 꿈은?

효준선생 2012. 1. 13. 00:14

 

 

 

돈 못버는 인권변호사 남편에 동네 헬스클럽에서 에어로빅 강사로 일하는 아내, 강북 변두리에 마련한 작은 단독주택의 전세 보증금 더달라는 소리에 안달하고 하루 하루가 재미가 없다. 꿈은 꾸는 사람의 몫이라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아련할 나이가 되고 보니 삶 자체가 심드렁해진다.


배우 황정민과 가수 겸 배우 엄정화가 자신의 실명을 걸고 인권변호사에서 서울시장 정당 후보로 변해가는 모습과 에어로빅 강사에서 걸그룹(?) 가수로 돌변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댄싱퀸은 코미디라는 외피에 감정선을 살짝 자극하는 요소를 가미한 생활 시츄에이션 드라마다. 


한결같이 왕년에 가지고 있던 청운의 꿈을 되새겨보기는 하지만 어쩐지 실현불가능해보이고 일견 유치하기까지 한 것 같아 현실에 그 꿈을 저당잡혀 놓고 산다. 그리고 어거지라도 그 꿈을 이루겠다고 나서지만 녹록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 부부도 사회평균적인 기준에선 그렇게 나쁜 생활조건은 아닌 듯 싶다. 돈벌이가 되든 안되든, 혹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든 확실한 직업도 있고 막말로 어느 정도 경제적 지원도 바라볼 수 있는 장인도, 한창 재롱부릴 나이의 귀여운 딸도 있는, 막말로 오늘 벌어 오늘 먹고 사는 궁핍한 처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 엄청난 속도감으로 보여준 결혼 직전까지의 여러 가지 이벤트들속에서 세상에 저렇게 운 좋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다시말해 더 이상의 꿈이 필요없을 것 같은 포지션에 자리한 부부들이었다. 이들에게 찾아온 “꿈 되찾기” 프로젝트는 행운의 요소가 강하다. 즉, 자신의 주관에 따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간 게 아니라 주변의 힘에 떠밀려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 해서 시작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 행운의 기회를 이들은 방기하지 않고 현실화 시켰던 것이고, 그 와중에 불어닥친 모종의 계략과 반발도 선풍기 미풍정도로 불다 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남편이 정당 후보가 되는 과정과 아내가 가수가 되는 과정이 교차해서 보여지는데 후자에 더 이야기거리가 많아 보였다. 영화속에서 특정 정파성을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시도가 오히려 버석거렸으며 현실에서 특정 정치인과 오버랩이 된다는 건 장점이상으로 단점도 있어보였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오세훈 전 시장, 박원순 시장등이 드문드문 비쳐졌으며 그건 프리 프로덕션과정에서의 기획적 의도인지 몰라도 그들에 대한 오마주, 혹은 畏敬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어보였다.

똥통이라고 표현한 정치권안에서  보여지는 정치인들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살짝꼬집고 있으며 그런 정당의 후보가 되려는 시도가 개혁을 위해서라고 말하긴 하지만 뒤로 가도 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깔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는 못했다. 텔레비전 정견발표회장에서,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황정민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진정성 한 가지 뿐이었다. 저렇게 정치근육이 없는 사람이 과연 야수들이 우글거리는 현실정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남자 정말 서울시장이 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대신 아내가 가수가 되기 위한 연습과정, 살짝 기획사쪽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장면도 그려졌지만 넣어도 안넣어도 상관없는 감치미 수준이었으며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가수 엄정화의 삘을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어 눈이 즐거웠다.


후반부로 오면서 시장후보의 부인이 과연 댄스그룹 멤버가 되어선 수치인가에 대한 논쟁으로 비화되었는데 그 해답으로는 누구나 예상가능한 정공법을 택했다. 남편과 아내사이에 약간의 트러블이 발생하는 과정에 이런 얘기를 나누었다.

 

“당신 꿈만 꿈이고 내 꿈은 아무것도 아닌가?”

“당신 딸이 결혼해서 남편 꿈만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도 좋은가?”


우리네 여인들은 그걸 적극적인 내조라고 했다. 제 아무리 좋은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도 결혼후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채 못하는 경우가 영화 속 국회의원 부인들의 모습에서 읽혀졌다. 남편은 자신이 시도만 한다면 얼마든지 세상으로 나갈 기회가 있어보였다. 게다가 운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하루아침에 민주 투사가 되고 하루 아침에 의로운 시민이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대신 아내에게 큰 선택권이 없어 보였다. 친구의 권유에 떠밀려 나간 오디션 자리에서도 굴욕의 탈락을 맛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으니 그래서 더욱 아내의 분발에 점수를 주고싶었다.


영화 제목이 ‘댄싱퀸과 시장후보’에서 뒷 부분을 생략한 것을 보면 확실히 이 영화는 아내의 분투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럼에도 주요한 포인트는 정당정치에 두는 것으로 보아 현실과 영화속 세상은 여전히 격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대학생때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서울시장이나 가수는 아니었을텐데...


꿈은 이루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생물처럼 꿈틀댄다. 모두 그 꿈을 다 이루진 못한다 할지라도 잃어버린 꿈, 잊혀진 자신들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복기라도 가능하다면 그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들이 많다. 마지막 엄정화와 ‘동생들’이 보여주는 노래와 퍼포먼스는 상당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그녀의 가수 복귀도 기대해본다.   

 

 

 

 

 

 

 


댄싱퀸 (2012)

9
감독
이석훈
출연
황정민, 엄정화, 이한위, 정성화, 라미란
정보
코미디 | 한국 | 124 분 | 2012-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