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원더풀 라디오 - 누가 그래요? 한물 갔다고.

효준선생 2012. 1. 7. 03:47

 

 

 

 

영화를 보러 다니면서 바보상자를 접할 기회가 많이 줄어 들었다. 잘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에 붙는 이른바 시청료가 오른다니 더욱 기분이 나쁘다. 대신 라디오를 즐겨듣게 된다. 눈을 고정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라디오를 켜 놓고 다른 일을 겸하는 것도 라디오의 장점이고, 특히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을 접하게 되면 귀가 즐겁다.


뉴 미디어의 득세로 구닥다리 미디어라고 손가락질 받는 라디오는 퇴물로 전락할 줄 알았다. 하지만 좋은 물건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라디오는 생물이다. 공장에서 뚝닥 만들어져 나온 기성품이 아니라 라디오를 꾸며내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래가 좋지만 그 사이를 메우는 진행자와 게스트의 이야기와 사연들. 귀만 열어놓을 수 밖에 없이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겐 최적화된 미디어다.


FM채널이 많아져서 조금씩 손동작이 서툴면 엉뚱한 방송이 들릴 정도고 서로가 자기 방송을 들어달라고 아우성이니 청취율 1~2%에 목숨거는 제작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방송 프로듀서와 달리 디제이라고 불리는 진행자중엔 본업을 잠시 접어두고 이 길로 들어섰다가 아예 인기 DJ로 안착한 케이스도 적지 않다. 채널이 많아지고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약간의 예능감만 있으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겠지만 도태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한때는 골방의 최고 미디어로, 또 한때는 인터넷과 뉴 미디어의 득세로 존재감마저 사라질 위기였던 라디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애틋한,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기시감이 들 정도로 몇몇 영화의 한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가고, 뻔한 결말을 예상함이 어렵지 않은 영화임에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게 만드는 힘은 역시 여주인공 이민정의 노고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했던 여러 새로운 얼굴 중에서도 이시영과 더불어 꾸준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녀, 약간 처진듯한 눈매가 선해보이는 그녀는 왕년의 걸그룹 멤버로 분해 나 아직 죽지 않았음을 외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커다란 사건과 사고가 줄줄이 이어져 기승전결로 돌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 놓는 방식이라 큐티하고 멜랑꼬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사실은 지루한 이야기가 될 뻔도 했다. 대신 중간 중간 장르를 넘나들며 김현식, 김광석등 흘러간 히트송과 이승환, 황성제가 작곡한 오리지널 넘버들로 채워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한물간 여가수에 대해 큰 관심은 없는 듯 싶다. 하지만 그녀들이 남겨놓은 노래는 세월이 가면 갈수록 추억이 쌓여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된다. 누군가 내 청춘시절 18번의 노래와 가수를 혼동했을때 버럭 화를 내는 것도 이해가 된다. 영화를 보고 와서 삽입곡 몇 개를 추려 들어보는 것도 그런 반응이 아닐까 라디오에다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신청하고 그 추억을 상기시켜 줄 수 있으니 사람들이 단체로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한 라디오는 영원할 것이다. 

 

 

 

 

 

 

 


원더풀 라디오 (2012)

8.3
감독
권칠인
출연
이민정, 이정진, 이광수, 김정태, 정유미
정보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1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