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데이빗 핀처 버전

효준선생 2012. 1. 5. 02:39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헐리웃 버전이 드디어 선을 보였다. 작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로 각광을 받은 데이빗 핀처의 작품으로 동명의 소설과 스웨덴에서 이미 만들어진 영화의 리바이벌이다. 지지난주 스웨덴 버전의 같은 내용의 영화를 이미 본 바가 있어 이 영화는 스웨덴 버전과 무엇일 다른가를 찾아내는 데 신경이 쓰여졌다.


워낙 원작소설이 많은 조명을 받았고 잘 알려져서 이 영화도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등장하는 캐릭터와 배경이 되는 세트들도 북구의 서늘한 기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훅 불면 서리가 낄 것 같은 은회색 마을은 스릴러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스웨덴의 방예르 그룹의 총수가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에서 근무하던 전직 탐사전문 기자 미카엘을 고용해 40여년전 사라진 사촌동생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단순히 찾아내는데 급급한 게 아니라 찾는 과정에 파묻힌 추악하고도 야만적인 인간내면의 본성, 캐면 캘수록 모호한 추론만 남는 추리의 과정, 미카엘과 정체불명의 묘령의 아가씨 리스베트의 관계가 얽히며 스릴러란 이런 장르임을 말하려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가진 자의 대표로 두 개의 그룹이 등장한다. 하나는 영화 전면에 등장하는 방예르 그룹이며, 또 하나는 미카엘이 그룹의 뒷조사를 하자 힘으로 그를 욕보인 베네스트룀이다. 한국의 특정 기업을 연상케 하는 이 두 그룹은 겉으로는 경제를 이끌어가는 선한 가면을 쓰고 있으면서도 뒤로는 도덕적 타락을 일삼고 부정부패와 연루되어 물을 흐르는 구 신세대의 악의 경제축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니 미카엘은 이 두 그룹을 관통하며 혼자의 힘으로 대적해야 하는 형편인 셈이다. 여기에 또하나의 이야기 축은 바로 여성에 대한 겁박이다. 이름이 유태인스럽다는 이유만으로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 버리는 나치신봉자의 아들이나 친생 여식을 힘으로 짓밟는 사례가 만연해 있다는 설정이 부잣집이나 가난한 리스베트의 집에서나 공공연히 벌어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러니 단순히 과거에 행방불명된 조카딸을 찾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거대한 암조직처럼 자리잡은 추악한 비밀의 정체를 도려내야 하는 임무가 이 영화의 주된 소재였다. 일단 도입무로 사료되는 이번 영화는 일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내는 데 성공한 미카엘과 그에게 조력자 이상의 감정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리스베트의 묘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마무리한다.


장장 158분의 러닝타임은 지치게 마련이다. 거기에 이미 줄거리를 파악하고 다른 나라에서 만든 버전과 비교한다는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자 치명적 단점이다. 다행히 스웨덴 버전을 본 관객이 많지는 않은 듯 한데, 앞부분의 사설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미리 넉다운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좀 쓰고 영화와 맞서야 할 것 같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012)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9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크리스토퍼 플러머, 로빈 라이트, 스텔란 스카스가드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스웨덴, 영국, 독일 | 158 분 | 201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