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부러진 화살 - 영감님들, 뜨끔하신가요?

효준선생 2012. 1. 6. 10:11

 

 

 

 

서울 모 사립대 김모 교수의 석궁 사건이 영화되었다. 이 기사를 보고,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향해 활을 쏜 사건이 영화에 될 만큼 스토리텔링이 충분할까 제 아무리 살을 붙여도 100분 분량의 영화로 소화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사건에 긴밀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일반인 입장에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꼼꼼하게, 더불어 영화적 재미를 가미해 자신있게 내보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2007년에서 2008년 사이 이른바 석궁 테러사건의 사건 발발과 재판과정을 영상으로 옮겨놓은 작품이다.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실화를 매개로 했기에 관련 자료들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보니 김 교수의 이야기와 당시 언론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다수 영화에 실려있었다.


법정 드라마의 성격상 관객은 약자의 편에 서게 마련이다. 해서 영화 전편에서 약자로 비춰지는 김 교수(영화에서는 김경호)에게 동정과 응원을 보내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의 유무죄를 따져 일방의 손을 들어주는데 쾌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재판과정에서 벌어지는, 힘을 가진 자들의 위선적 행위에 슛하고 강궁을 날리는 그런 영화였다. 법조인들 특히 사법권을 가진 그들의 카르텔은 현재 한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강력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말똥구리가 굴려 굳혀놓은 똥덩어리보다도 딱딱하게 뭉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라면 그들의 사고에는 법위의 내말이라는 초법이 작동한다. 김 교수가 피고인석에 앉아 수없이 되내는 말, “제발 법대로 합시다”가 그걸 반증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김 교수가 일반 피고인의 모습이 아님에서 예상외의 웃음을 준다. 법정이라는 딱딱할 수 밖에 없는 공간안에서 그가 설파하는 권력에 대항하는 논조는 설사 판사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마치 판사인 것처럼 행세할 때는 통쾌함마저 느꼈다. 왜냐하면 관객들은 (그래서는 안될테지만) 앞으로도  판사석보다 피고인석에 앉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골통 교수이상의 골통 변호사와 죽이 맞아 아마추어가 봐도 이상하다고 여길 검사 측 증거 제시를 공박하고 인권유린에 가까운 행태에 대해서 눈을 감아버리는 공권력을 앞에 두고 논리적으로 눌러버리는 장면에선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 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희망적이던 상황은 현실과 맥이 닿질 않았다.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그는 4년 징역형을 살고 출소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그가 타인에게 책을 잡히고 적을 많이 두어서 당하는, 일종의 자승자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우리가 김 교수처럼 피고석에 앉아 일방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얼마나 정의와 공정을 외칠 수 있을까 두려워질 것이다. 상대는 벽처럼 앉아 인정조차 하지 않는데.


국민배우 안성기가 오랜만에 자기영화를 보여주었다. 큰 이슈없이 법정안에서 오가는 이야기만으로 100분을 채웠음에도 결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연기력의 집중 아니었나 싶다. 영화 중간 중간 가진 자들을 향해 조롱하는 듯한 숨은그림찾기가 들어가 있다. 남부군을 찍은 정지영 감독의 오랜만에 컴백작이다. 

 

 

 

 

 

 

 

 


부러진 화살 (2012)

Unbowed 
9.7
감독
정지영
출연
안성기, 박원상, 나영희, 김지호, 문성근
정보
드라마 | 한국 | 100 분 | 201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