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 - 괴물과 친구 먹을래요

효준선생 2011. 12. 30. 02:56

 

 

 

 

바다를 앞마당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토테미즘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물일하러 나간 가족이 있으면 돌아오는 그날까지 노심초사를 그치지 못한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칠어지면 바닷속 용왕님이 화라도 난 줄 알고 무마용으로 제사를 올리기도 한다. 뱃사람들은 바다 끝에 괴물이 살 거라고 했지만 그 괴물을 본 사람은 없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허튼 소리라고 일축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영화 프렌즈 몬스터 섬의 비밀은 드물게 보는 일본의 입체효과 애니메이션이다.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신조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만화영화의 최고수준을 자랑하지만 은근 3D 영화는 보기 어려웠다. 그런만큼 이 영화에서의 입체효과가 상당히 궁금했는데, 돌출되는 효과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고화질 HD급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은 선명한 컬러가 마음에 들었다.


파스텔톤의 색조와 배경과 주요 인물간의 색보정도 깨끗해서 마치 고무인형을 실사로 찍은 질감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을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색감이 좋아서인지, 전체적으로 영화의 톤이 밝았다. 그러나 영화의 줄거리는 마냥 웃고 떠들기만 하는 수준은 아닌 듯 싶었다.


인간이 사는 작은 바닷가 마을, 마을앞 바다에 떠있는 안개바위 너머엔 절대로 가서는 안되는 섬이 있다. 전설에 그 섬엔 괴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에 사는 형제가 병든 엄마의 치료비를 구하러 버섯을 따러 갔다가 어린 동생이 괴물에게 잡히는 신세가 된다.


말그대로 인질이 된 2살짜리 꼬마 코다케는 자신이 인질로 잡힌 줄도 모른체 괴물이 사는 세상에서 마스코트가 된다. 그곳 괴물중에서도 가장 흉악하게 생긴 나키에게 맡겨졌지만 세상에서 인간을 제일 싫어하는 나키는 코타케가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나키의 친구인 군조의 도움으로 서서히 이들은 코다케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친구 겸 보호자가 된다.


코다케에겐 과거가 있을 리 없지만 이미 260살이나 된 나키와 군조에게는 아픈 사연이 있다. 예전 인간들에게 부모님을 잃은 사연 때문에 인간을 미워하게 된 바 있어 코다케를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과 번민은 코다케가 보여주는 원맨쇼에 가까운 재롱에 의해 천천히 녹아들고, 시간이 흘러 엄마를 그리워 하는 코다케를 인간 마을로 데려다 주려고 한다.


會者定離라는 말처럼 데면데면하게 만난 사이가 친한 친구 사이가 되고 어느덧 헤어지려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괴물과 인간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영화속에서 나키가 작은 배에 코다케를 실어 바다 멀리 던지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온다. 하지만 전후 상황을 모르는 코타케는 갖은 방법을 다써서 다시 나키에게 돌아온다. 인간이 사는 섬에서 무사들의 화살을 맞은 나키에게 군조가 보여준 우정도 만만치 않은 장면이다.


이들은 다들 결손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이 영화를 보는 어린 관객들에게 수학문제 몇 개 더 푸는 것 그 이상의 교육적 효과가 있을 법하다. 친구 사이에서 폭력이 난무한다는 요즘 뉴스기사와 오버랩되어 더더욱 이 영화 보기를 권한다.


영화속 캐릭터가 정말 귀엽고 앙증맞다. 실물 미니어처 캐릭터로 나왔으면 대박날 것 같은 크리쳐들이다. 일본어 원어 자막본으로 보았는데 아이들을 위한 더빙과 2D영화도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