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밀레니엄 제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 스웨덴의 겨울처럼 서늘했다

효준선생 2011. 12. 29. 01:45

 

 

 

 

 

스웨덴 감독 닐슨 아르덴 오플레브가 찍은 영화 밀레니엄 제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시작부터 찰졌다. 마치 갓 찌어낸 찹쌀덩어리처럼 끈끈해서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스웨덴의 재벌회사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한 잡지사 밀레니엄의 기자 미카엘은 정직상태로 감옥행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그는 40년전 사라진 회장의 사촌동생을 찾아달라는 뱅거그룹의 의뢰를 받는다. 한편 과거의 전력으로 보호감찰중이던 리스벳은 뛰어낸 해킹 실력을 발휘하며 미카엘에 대한 뒷조사 자료를 뱅거그룹에 전달한다. 바로 이 장면에서 나중에 이야기의 큰 축이 되는 이 두 명의 주인공이 언젠가 만난 날을 암시한다.


스웨덴의 인기작가인 고 스티그 라르손의 유작인 동명의 소설을 스웨덴 감독과 배우, 스탭들이 자기들의 취향에 맞춰 영상화를 시도한 이 작품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북구라파의 쓸쓸하면서도 조금은 우울한 정서가 듬뿍 느껴져 추리 스릴러 장르에 제법 잘 녹아들었다. 은회색의 눈 내린 황량한 벌판을 가로지르는 차량만 봐도 대체 저런 곳에서도 사람이 살고 또 그토록 흉흉한 사건이 일어났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기사 저런 곳에선 사람 목숨 하나 없애고 은폐하는 건 일도 아니었을 듯 싶었다.


서류뭉치와 낑낑대던 미카엘은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의 전모를 조금씩 파헤치던중 단서가 될 만한 사진을 발견하면서 속도감이 배가된다. 거기에 관찰관으로부터 가학적인 성폭행을 당한 리스벳이 합류하면서 이들의 40년전 범인 찾기는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게 된다. 그 집안 어른 중엔 과거 나치대원이었던 사람도 있고, 생존해 있는 가족등 중에도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조금씩 범인의 윤곽이 들어나고 더불어 미카엘과 리스벳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강도를 높여가면서 영화는 돌연 느와르 액션물의 조짐마저 보인다.


이 영화는 제목에 밝힌 것처럼 왜 여자에 대해 남자들이 증오심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약하다. 대신 남자들로부터의 성적 착취를 당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모두가 인지는 하지만 내색하기엔 꺼려했던 모종의 불편함과 이야기의 타당성을 얻어내려고 한다. 흔한 마초근성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할 정도의 뱅거가문의 폭력성은 이들과 관련도 없는 리스벳과 40년전 실종된 해리어트의 경우를 유사하게 묶어내 마치 평행이론처럼 4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지만 가부장적인 환경하에서 일방적인 가정내 폭력을 고발하는데 지나치게 선정적인 방식을 갖다 쓰고 있어 군데 군데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인종과 종교에 대한 차별을 내세우는 듯 싶었던 이 영화가 결국엔 힘없는 소녀들에 대한 일방적 성적 학대와 살인으로 점철되고 그렇게 살아남은 가해자들의 은폐시도가 오늘날 다시 발열된 모양새였다. 해리어트가 수수께끼처럼 남겨놓은 이름과 숫자들의 비밀이 풀림과 동시에 그 안에 숨어있던 경악할 만한 사실은 이 영화의 터닝포인트였지만 아쉬울 것 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던 그들이 왜 마치 야수처럼 굴며 살았는지, 여자들의 강간 살인 사건과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이 단순히 이름때문이라는 사실말고 또 어떤 개연성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부족해 보였다.


대신 집요할 정도로 사진속 인물들을 찾아내고 당시 정황을 추리하는 과정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미카엘과 리스벳의 멜로라인이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리스벳의 엔딩장면으로 연결되어 통쾌함 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가진 자 들에 대한 복수가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일어났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약자들이 다시 부활하는 모습은 상큼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는 3년전 나온 스웨덴 버전이고 한 주 지나 데이빗 핀처 감독의 헐리웃 버전이 선을 보인다. 소위 오리지널과 라이센스(?)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밀레니엄 제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012)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5
감독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출연
미카엘 뉘크비스트, 누미 라파스, 스벤-버틸 타웁, 피터 하버, 피터 안데르손
정보
스릴러 | 스웨덴, 덴마크 | 152 분 | 201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