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세 번째 사랑 - 이젠 당신을 지워야만 하오(강추)

효준선생 2012. 1. 1. 00:15

 

 

 

 

영화 세 번째 사랑은 엔딩에 이르러서야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 갑자기 등장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주인공의 절절한 사랑이 길을 못찾고 헤매는 모습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동묘지에 덩그러니 놓은 묘비, 주인공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런데 그 이름옆엔 아직 살아있는 여자의 이름이 역시 새겨져 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아내다. 하지만 그는 죽어서도 이곳에 묻힐 수 없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희대의 난봉꾼처럼 외국에 돌아다니며 사랑을 해온 남자, 이탈리아에서 임신한 여자와 결혼을 하지만 알고 보니 뱃속의 아이는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 우울해 하던 그에게 아버지가 소개해준 여자는 석사학위를 땄다며 자랑하는 콧대 높은 부잣집 딸, 이른바 중매결혼을 한 셈이지만 서로에게 별다른 애정이 없다. 그냥 살 뿐이다. 이들 부부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깨진다. 아이러니 하게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여자에게 필이 꽂힌 남자, 뉴욕커인 그녀를 따라 뉴욕으로 가서 어렵사리 청혼을 하며 그제서야 세 번째 사랑을 쟁취하는 듯 보였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비로소 제대로 된 사랑을 하나보다라고 생각하는 그의 앞에 또 하나의 경쟁자가 등장하며 영화는 앞 부분의 정신사나운 코미디를 접고 멜로로 빠져든다.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로만 치부하기엔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우연처럼 조우하는 악연을 만나며 남자의 사랑들이 어떻게 변질되는 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기발해보였다. 첫 사랑의 그녀가 아이를 사산하자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 “ 아기 아빠가 백색증 환자냐?”고 즉, 아기의 피부색이 검다는 이야기다. 남자의 친구 중에 흑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남자의 첫사랑도 끝이 났다. 두 번째, 남자의 죽마고우이자 허접한 소설가 친구는 술에 쩔어 남자의 집에 왔다가 늘 심통을 부리는 남자의 아내와 정사를 한다. 이를 발견한 남자는 화를 내는 척 하지만 오히려 친구에게 고마워했다. 이 사랑도 잘못된 사랑이다. 그런데 마지막 사랑은 오히려 남자의 외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아들을 만나러 뉴욕에 간 사이 술에 취해 원나잇 스탠들를 감행한 남자, 거꾸로 아내에게 버림받는 신세가 된다.


이 정도면 이 영화는 속칭 막장 드라마가 될 테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발생에 좀 아연해진다. 제 아무리 버린 전 인연이라도 자신을 제대로 기억조차 못하게 될 때 사람은 어떻게 행동할까.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의 손예진 캐릭터처럼 갑자기 세상을 지우기 시작하는 남자에게 사랑은 더 이상 주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은 사랑도 없었다. 덩그러니 버려진 듯 황망해 하는 중년 남자의 눈빛에서 사랑은 사랑할 수 있을때 사랑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 영화의 공은 전부 주인공을 맡은 폴 지아마티에게 돌아가야 한다. 아버지 역의 더스틴 호프만과 세 번째 아내역의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도 수준급이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늙어가는 외모와 말투, 그리고 치매에 걸린 뒤의 연기는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두 시간을 본 영화지만 한 남자의 일생을 전부 들여다 본 것 같아 미안하기까지 했다. 그는 살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을까 관객들의 분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녀를 만나고 두 번째 부인의 만류도 뿌리치고 뉴욕으로 달려갔을 때가 아니었을까


그가 원하던 사랑을 제대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팔팔하던 시절엔 알 수 없는 얼마 뒤의 자신의 사랑, 모두가 내 사랑은 완벽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은 아마 없을 것이다. 주인공 바니의 경우처럼. 

 

 

 

 

 

 

 

 

 

 


세 번째 사랑 (2012)

Barney's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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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리차드 J. 루이스
출연
폴 지아매티, 더스틴 호프먼, 미니 드라이버, 로저문드 파이크, 레이첼 르페브르
정보
드라마 | 캐나다, 이탈리아 | 134 분 | 201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