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라이온 킹3D - 입체효과보다는 그 시절의 감동을

효준선생 2011. 12. 26. 01:31

 

 

 

 

1994년 여름 개봉했던 라이온 킹에 대한 기억은 꽤 오래 남았다. 당시 손바닥 만한 중국어 교재를 감쌌던 표지가 바로 라이온 킹 광고 전단지였기 때문이다. 2년 넘게 그 책에 달라 붙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는 사실 스토리텔링이 풍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만화는 아이들만의 감수성 놀이터라는 인식을 어느 정도 깨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역사속에서 적자계승은 권력을 이어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다.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환경은 늘 평탄하게 이뤄진 적이 별로 없었다. 황제나 왕들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후계자 선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고  자신의 뒤를 이을 그들에게 권력과 부담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혹은 야심만만한 방계를 만나면 이 틀은 여지없이 깨지기 마련이었다. 방계는 무엇인가? 장남이 아닌 모든 자들, 차남들, 혹은 형제, 조카들 늘 권력자의 주변을 서성이며 권력을 탐하는 부류들을 그렇게 부른다면 역사속에서 방계들이 권력을 움켜쥔 경우가 엄청 많았다. 특히 권력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동생들은 형의 죽음이후 어린 조카에게 황제의 자리가 넘어가는 순간을 못 견뎌했다. 조선의  세조가 대표적인 인물들이고, 중국 명나라 영락제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물론 천운이 따르지 않아 분루를 삼켜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영화 라이온 킹의 주요 내용이 바로 이 叔侄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었다.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란 심바가 삼촌 스카의 계략에 의해 숙청되고 나중에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우뚝 선다는 내용이 결국 적자계승의 원칙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말하고 있다. 방계들의 왕권 계승이 반듯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 후손들 중에서도 훌륭한 능력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요즘 드라마로 각광을 받는 세종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라이온 킹을 처음 본 지 어언 17년이 되었고 이번에 다시 선을 보인다. 1994년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했을 입체효과라는 과학기술의 도움을 덧붙여 컨버젼되는 라이온 킹 3D는 다 아는 내용보다는 어느 부분에서 입체효과가 부각되었나를 살피는 일이 더 우선시 되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동물들이 뒤엉켜 싸움박질을 하는 장면, 군무를 이루는 장면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이 영화가 새 옷을 입고 등장한 측면에서 경제효과로써 주목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만약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그 동안 2D 나왔던 상당수의 만화영화들이 줄줄이 3D 타이틀을 달고 다시 극장에 걸릴 것이며, 그건 어찌보면 새로운 창작물을 접해야 할 기회를 약간은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든다. 오리지널 라이온 킹을 보지 못한 어린 관객들에게는 아버지세대가 보았던 영화에 대한 호기심 정도이지, 이 영화가 최근에 선을 보이는 화려한 질감의 애니메이션보다 월등한 볼거리를 가지고 있어서는 결코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이 영화가 신세대 관객층에게 어필한 부분은 많아 보이지 않다. 입체효과라는 것도 “아바타 충격”이후 그걸 능가하지 않는 한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며 위에서 말한 바처럼 비교적 단출한 이야기 구조와 2D에 어울리는 붓질등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엔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아 책표지로 오랫동안 곁에 남겨두었던 영화 라이온 킹의 잔상을 이번 라이온 킹 3D를 통해 복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같은 생각을 할 30, 40대 관객들이 얼마나 많을 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