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메리와 맥스 - 나를 이해해주는 유일한 친구에게 바침

효준선생 2011. 12. 23. 00:51

 

 

 

 

인터넷 메일이 부재하던 시절 시시껄렁한 유머나 퀴즈, 연예계 방담, 혹시 그런 일이 진짜 있을까 싶은 요상한 잡문들로 채워진 몇 백원짜리 손바닥만한 잡지 뒤쪽에서 친구를 찾는다는 광고가 실렸다. 이른바 펜팔 친구였다. 한동안 편지 쓰기가 권장되던 시절, 펜팔은 면식도 없는 동성, 대부분은 이성 친구에 대한 관계맺기에 주력하던 모습이 보였다. 낯선 이에게 편지를 보낸다는게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지만 또 개중엔 그런 인연으로 결혼에 이르는 커플도 드물지 않았다 하니 여드름 투성이의 청춘남녀들에겐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영화 메리와 맥스는 1988년 즈음 호주와 미국에 사는 8살 꼬마 여자아이와 마흔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남성과의 펜팔 사연이 주된 내용이었다. 클레이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질감의 인형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왠지 느릿느릿 별 내용이 없을 것 같았지만 현대인들이 갖기 쉬운 고독이라는 정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 공감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연유와 초코렛을 좋아하는 소녀, 메리 데이지 딘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부모밑에서 자폐아처럼 성장한다. 또래 친구에게서 쉽게 정을 붙이지 못하던 그녀는 우연히 발견한 주소록에서 한 남자의 주소에다 무작정 자신의 사연을 보낸다. 바다건너 뉴욕에 거주하는 맥스 호로비츠, 그는 160kg의 몸무게를 자랑하는 거구에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다. 세상일에 쉽게 분노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며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감정표현을 잘 못하지만 문제를 푸는 건 무척 좋아한다. 그 역시 초코렛을 좋아하고 방송 프로그램의 캐릭터인 노블렛 미니어처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어린 시절 까마귀에서 쪼이는 사고로 한동안 헬멧을 쓰고 다녔으며 쉽게 분노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우선 두 캐릭터의 심리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심리적 동인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고 이들이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정도다. 영화의 대부분은 이 두 명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펜팔 친구가 주고 받는 편지 내용을 읽어가면서 진행이 된다. 서로 나이를 먹어가며 발생하는 일상적인 일들이 일방을 오해하게 하거나 기쁘게 하고, 서로의 고민은 상대방의 조언에 의해 상쇄되기도 한다.

비록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지만 마냥 어린아이들이 보기엔 다소 엽기적인 장면도 등장하는 소위 어른을 위한 “動畫”(童畵가 아닌)라고 하는 편이 어울린다. 메리와 맥스의 이름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이니셜인 M의 키휠이 제 자리에서 탈락한 뒤 이들의 운명은 엇갈린다. 서로의 오해가 풀린 듯 싶기도 했지만 정해진 운명은 한 사람을 비껴가지 못했다.


세상에서 찾기 어려운 친구, 거의 유일한 친구 찾기에 몰두해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각박한 현대사회의 인간관계를 말해주는 것 같다. 누구든 메리나 맥스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들 외에도 공황장애를 겪는 이웃집 할아버지등, 유난히 심리적 병증을 도드라지게 표현하고 있어 심리학과 영화라는 주제로 빈번하게 비평의 도마위에 올라올 것 같다.

 

 

 

 

 

 

 

 


메리와 맥스 (2011)

Mary and Max 
8.9
감독
애덤 엘리엇
출연
토니 콜렛,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배리 험프리스, 에릭 바나, 베사니 위트모어
정보
애니메이션, 코미디, 드라마 | 오스트레일리아 | 92 분 | 201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