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와일드 타겟 - 킬러에게도 사랑이 왔어요

효준선생 2011. 12. 25. 00:02

 

 

 

 

영화 와일드 타겟은 킬러가 잡아야 할 대상, 즉 영화속 여도둑을 지칭하는 듯 싶지만 실상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이 킬러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진 지천명의 킬러의 심리상태가 이 영화의 주요한 제재다. 영화 초반부 재미있는 장면이 보인다. 오븐 안에서 맛있게 구워진 닭과 채소등속 따위가 꺼내지고 남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눈다. 그리고 와인을 음미하며 비로소 칼질을 시작한다.


카메라가 멀어지자 황당한 장면이 나타났다. 식당엔 오로지 그 한 사람뿐이다. 그는 한끼 식사를 하면서도 정찬을 하고 마치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무엇인가. 그의 노모가 그에게 하는 말도 예사롭지 않다. 아들이 엄마와만 오로 같이 살면 성적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는데 네가 그러냐는 말투였다.


킬러, 의뢰인이 지목한 인물을 죽이는 것으로 업을 삼는 사람, 인상도 행동도 민첩해보여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데, 희대의 도둑 로즈를 만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쉰 살의 독신 킬러 그녀에게서 과연 제2의 인생을 즐길 기회를 잡게 될 것인가


오관이 무척 단정해 보이는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로즈는 거침이 없는 도둑이었다. 영화 초반 그녀의 활약상엔 혀를 내두르게 하는데, 특히 렘브란트의 그림을 사기치는 장면은 무척이나 기발했다. 하지만 이 걸로 영화내내 시달리는 계기가 된다. 아쉽게도 그녀의 몫은 여기에서 그친 것 같다.


그리고 얼굴을 보는 순간, 해리포터의 론이구나라는 짧은 탄사가 나왔던 루퍼트 그린트가 토니역을 맡아 킬러인 빅터와 로즈에게서 부모의 정을 대리하고 있으며, 이들 세 명의 이런 저런 에피소드가 웃음을 주었다.


영국 코미디는 좀 심심한 편이다. 지저분하거나 슬랩스틱한 맛은 별로 없이 상황만 던져주고 웃든지 말든지 해라는 식이며 이 영화에서 자주 선을 보였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즐거웠던 것은 도둑같지 않은 미모의 여성이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며 보여주는 절도행각과 위의 인물이 빅터의 집에 모여 마치 한 가족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이 현대사회에서 드문 일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인 50대, 30대, 20대가 모여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림을 사기당한 악당의 끈질긴 추격전이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빅터의 집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빅터가 보여주는 일종의 편집증, 결백증등은 그가 단순히 킬러라는 직업에 충실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 했다. 남들이 보기엔 답답해 보이지만 그는 그런 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그려졌다. 그의 생활에 변화를 준 낯선 사람의 방문. 쉽게 고쳐지지 않을 듯 하지만 조금씩 사랑의 감정이 생기면서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분명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법 하다.


엔딩도 재미있다. 아이 하나가 땅을 판 뒤 흙을 덮고 있다. 고양이를 보지 못했냐는 말에 세 명의 배우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킬러의 본능도 유전이 되는 걸까

 

 

 

 

 

 

 

 

 


와일드 타겟 (2011)

Wild Target 
10
감독
조나단 린
출연
빌 나이, 에밀리 블런트, 루퍼트 그린트, 루퍼트 에버렛, 에일린 앳킨스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액션 | 영국, 프랑스 | 97 분 | 201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