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Jam Docu 강정(잼 다큐 강정) - 구럼비야 잘 있니?

효준선생 2011. 12. 21. 00:40

 

 

 

 

 

2011년 즈음 대한민국은 곳곳이 갈등국면이다. 특히 개발과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곳 저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정권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탄환을 확보하고 보여주기 위한 정책으로선 개발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보존을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이 나라 이 땅은 후손에게서 잠시 빌려 쓰는 것임을 잊지 말고 그들 세대에 재앙을 물려줘서는 안된다고 역설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런 개발정책은 힘을 가진 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돈과 공권력은 민초나 다름없는 반대편을 누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새만금, 시화호, 4대강, 경인운하, 전방위적 뉴타운 사업등, 전국에 산재한 대규모 토목공사앞에선 늘 갈등과 반목이 반복되었지만 밀어붙이는 힘이 저항하는 힘보다 강하게 표출되었다. 


제주도, 유네스코에서 세계 자연유산으로 선정되는 등 그 아름다운 절경은 비단 한국인에게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제주 서남단 작은 마을이 지금 홍역을 앓고 있다. 강정마을, 지난 몇 년간 이곳은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문제로 마을 주민들 뿐 아니라 각계 각층의 반대론자의 주장으로 하루도 편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그들은 말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이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유사시 미군의 전략요충지와 미사일 방어체계의 들러리가 되어 오히려 이곳의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영화 잼 다큐 강정(Jam Docu 강정)은 바로 이런 분위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8명의 열혈 감독들의 정성으로 퀼트처럼 만들어진 영상물이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찍고 싶은 영상에 이야기를 덧붙이고 현장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느껴졌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고 그곳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숨을 죽이듯, 때로는 선동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강정의 아픔을 이야기해나갔다.


구럼비 바위는 강정마을 해변가에 있는 용암덩어리를 말한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추억을 쌓고 자라서는 이곳에서 미래를 꿈꾸던 청장년들이 더 이상 추억과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없게 되면서 가슴속의 응어리는 터지고 만다.

단 한번도 제주에 가본 적은 없다. 그저 바람많이 불고 화산지형의 검은 바위가 많고 여자가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고만 알고 있는 그곳. 이따금씩 언론에 비춰지는 강정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고는 또 어디선가 있는 그렇고 그런 충돌쯤으로 넘겼던 사실들. 현재진행형이면서도 굳게 닫힌 공사장 입구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함이 느껴졌다. 누굴 위한 해군기지인가. 누구에 의한 해군기지인가. 시위현장에서 무자비하게 끌려가는 운동가의 모습이 2011년 대한민국과 잘 어울리지 않아보였다. 그런데 앞으로도 또 볼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8편 모두 반대하는 입장의 시선을 담았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감성적으로, 은유적으로, 해학적으로. 해군 관계자의 의견이 인상깊었다. “여러분이 걱정하는 바대로 일이 벌어진다면 저도 군복을 벗고 자기도 반대편에 서겠다” 타당한 말이지도 모르지만 그 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더 깊은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를 보면서 찬성론자의 입장도 같이 들어보고 싶었지만 이 영화로는 일정 선에 멈추어야 했다.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멋진 곳에 자리한 강정해변, 내년쯤 찾아가보면 스크린에서 보았던 그곳이 여전할까 그랬으면 좋겠다.

 

 

 

 

 

 

 

 

 


Jam Docu 강정 (2011)

Jam Docu KANGJUNG 
10
감독
경순, 김태일, 권효, 양동규, 정윤석, 최하동하, 최진성, 홍형숙
출연
최하동하, 강동균, 강희웅, 송강호, 양윤모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4 분 | 2011-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