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내가 사는 피부 - 선녀는 세 아이를 낳고도 하늘로 올라갔다

효준선생 2011. 12. 20. 01:54

 

 

 

 

 

영화 내가 사는 피부는 올해 본 가장 충격적인 서스펜스 스릴러물이다. 제목만 봐서는 알 듯 싶다가도 잘 모르겠는데 영화를 절반 이상 보고도 왜 영화가 중간에 과거회상신으로 돌아가 한번 비틀어질까 하는 의구심속에 조금씩 긴장감을 높여갔다. 이러니 요즘 영화보다 졸기 십상이던 영화를 접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아주 오래전에 본 영화 한편이 생각이 났다. 독일 영화인데 제목도 페이스 뭐라고 하는, 사고로 화상을 입은 아내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그 사체에서 얼굴피부만 떼어내 아내의 얼굴에 이식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었다. 머리없는 시신이 반복해서 발견되면서 수사팀과 의사의 추격전, 그리고 아내의 얼굴이 복구될 것인가 하는 긴박감이 잔뜩 묻어나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영화 내가 사는 피부는 단순히 피부만 얻어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그런 형사물이 아니라 그보다 더 심도있는 복수를 획책한다는 설정이었다.


중국 속담에 사내라면 복수를 함에 있어 10년도 긴 시간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 로베르트가 바로 그런 인물이었다. 피부과 의사로 추정되는 그, 아내가 이복동생과 바람이 나 도망가던 중 교통사고로 화상을 입자 몇 년간 간호를 한다. 그러던 중 자신을 얼굴을 본 아내가 투신 자살을 하고 그 모습을 본 딸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걸린다. 몇 년 뒤 딸 마저도 성추행을 당하며 스스로 자진하자 이 남자 칼을 갈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뜻밖에 6년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의 기본개념이 깔려 있고 거기에 상응해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도 떠올랐다. 만약 내가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을 총으로 땅 하고 쏴죽이면 그걸로 모든 미움이 사라질까 아니면 상대방이 오래 오래 극도의 고통을 겪으며 괴로워 해야 그제서야 분노가 사그러질까


이 영화는 후자를 선택했다. 영화 초반 의사학회 세미나에서 로베르토는 자신이 연구중인 인공피부를 발표했다. 다른 의사들은 반신반의했다. 그의 호언장담은 대체 무슨 실험을 통해 얻어냈다는 것일까 제 아무리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서 얻어낸 신약이나 신 물질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다. 그런데 로베르토는 의미심장한 말만 남긴다. 자고로 옛 어른들은 아기들의 성별은 삼신할매가 점지한다고 했다. 그런데 후천적으로 의사들이 칼을 들고 신의 섭리에 도전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성적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는 이브가 되고픈 아담에게는 희망일지 모르지만 만약 그게 타의에 의해 저질러진다면 끔찍한 일일 것이다.


이 영화가 후반부로 접어 들면서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다. 지금까지 보아온 당신의 예측은 절대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마 했던 일들이 비록 스크린속이지만 현실이 되고 아주 디테일하게 아니, 정말 아름답게 치장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장면을 보고 과연 저게 복수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로베르토가 아내와 딸의 복수를 원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의술을 연마할 생각에서 그랬는지 그것도 아니면 욕정을 따르는 또다른 마각으로 변모한 것인지를 모르겠다.


영화의 엔딩은 그 직전까지 로베르토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던 것과 조금 동떨어져 있다. 마치 이야기의 키를 쥔 베라의 복수를 위한 와신상담처럼 보여졌고, 아이 셋만 낳으면 다시는 하늘로 돌아가지 못할 것 아니냐면서 선녀옷을 보여달라는 이야기가 연상된다. 아무튼 보잘것 없는 나의 상상력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이 영화를 그래서 올해에 본 가장 강력한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사는 피부 (2011)

The Skin I Live In 
6.5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안토니오 반데라스, 엘레나 아나야, 마리사 파레데스, 블랑카 수아레즈, 바바라 레니
정보
드라마 | 스페인 | 117 분 | 2011-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