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아멘 - 그녀는 또 하나의 김기덕 감독

효준선생 2011. 12. 16. 00:13

 

 

 

 

 

한 여자가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 올라 먼 곳을 응시하더니 남자로 의심되는 이름을 부른다. 누굴 찾는 걸까 때꾼한 눈자위에 멀리서 온 것 같은데도 짐도 아주 단촐하게 매는 가방 하나뿐이다. 남자가 살았던 집주인에게서 이탈리아 베니스로 갔다는 말을 듣고는 베니스 행 야간 기차에 오르지만 기차안에서 방독면을 쓴 사내에게 겁탈을 당한다. 신발과 가방도 사라진채, 맨발로 베니스를 활보하며 다시 남자를 찾는 여자. 당돌하면서도 의심이 간다. 대체 그녀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 아멘, 최근 배급할, 극장 상영할 계획이 없다며 희소성을 한껏 올려놓는 바람에 궁금증이 배가가 된데다, 여름에 본 아리랑에서 虎叱에 가까운 언사를 뿜어내는 것을 목도한 바람에 영화 아멘에선 또 어떤 獅子吼를 토해낼까 궁금도 한 차였다.


그런데 보고 나니, 얼마나 영화가 만들고 싶었으면 청춘을 보낸 프랑스까지 가서 비유와 상징을 섞어가며 영화에 대한 갈망을 피력했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여자는 김 감독 자신의 영화를 잉태해서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 매개체(배급)이며, 겁탈하고 그녀의 물건을 취했다가 돌려주는 장면은 영화 제작을 상징하고 있다. 여자가 자기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병원으로 가는 장면에 계속 나오지만 불발이다. 그럴때마다 한국으로 가서 아이를 낳으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프랑스어로 갈겨쓴 악필이지만 어쩌면 감독의 절규인지도 모른다.


여자가 찾아다니는 이명수는 누구일까 의미가 있는 이름은 아닌지 한참을 생각해보았다. 그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 감독 본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여자앞에 나타나서는 안될 인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영화는 김예나라는 발레전공의 신인 여배우와 김 감독 둘이서 북치고 장구쳐가며 찍어낸 결과물이다. 핸드헬드에 스탭없이 감독과 하나뿐인 배우가 서로 DSLR 카메라를 주고 받으며 콘티를 짜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셀프 카메라로 찍은 장면도 여러군데 등장한다. 이렇듯 어색하고, 거칠고 큰 곡절은 없지만 분명히 울림이 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전작 아리랑에서 세상에 대고 욕설을 내뱉던 그 장면과 상당히 많이 겹쳐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파리는 김 감독이 그림을 하던 시절 머물렀던 곳이며 베니스는 그가 감독상을 받은 곳이며 리옹은 그의 작품주간이 개최되었던 곳이다. 다시 말해서 영화 아멘은 감독 김기덕이 영화제작과 관련된 일종의 “한숨”과도 같은 고해성사에 준하며, 영화 말미 성당에서 줄곧 벗지 못하던 방독면을 벗어던지며 내쉬는 “한숨”과도 같은 영화다. 하지만 끝내 영화속에서 그의 얼굴은 비춰지지 않는다. 방독면 뒤로 보이는 그의 蓬頭亂髮만이 아리랑에서 봤던 그의 머리카락과 같아서 알아본 것 뿐이다. 감독 못지않게 화장기 전혀 없이 양말투혼에 여배우로서는 보여주기 힘들었을 기미와 다크서클을 유감없이 보여준 단 한명뿐인 주연 여배우에게도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다.

 

 

 

 

 

 

 

 

 


아멘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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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기덕
출연
김예나
정보
드라마 | 한국 | 72 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