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오래된 인력거 - 조금은 행복하게 조금은 슬프게

효준선생 2011. 12. 15. 00:33

 

 

 

 

나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턱수염, 주름으로 볼 때 나이 쉰은 되어 보이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일을 감안하면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이름은 샬림, 고향 비하르를 떠나 인도 최고의 경제도시인 캘커타를 주름잡는 맨발의 인력거꾼이다.


영화 오래된 인력거는 세상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맨발의 인력거꾼이 주인공이자 화자이자 청자다. 도시의 이면도로를 골라다니며 험한 일을 하는 그의 꿈은 두가지다. 병명도 잘 모르는 병에 걸려 온종일 집에서 갇혀있다 시피하는 아내의 병구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10여년 동안 모은 돈으로 삼륜차를 사서 택시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이런 꿈은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이 영화는 인스턴트가 아니다. 물경 10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 인도와 인연을 맺은 감독이 인도의 가장 가난한 마을에서 목도한 비참한 살인사건, 신분제 계급사회이기에 등떠밀려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그 안에 어린 소년이 카메라의 앵글속에 잡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샬림말고도 스물살 청년 마노즈가 바로 어린 소년이었다. 잘사는 지주와 불가촉 천민과의 대결은 일방적일 수 밖에 없었다. 살육의 현장의 소년이 지금 캘커타 뒷골목에서 인력거를 끄는 청년이 되었지만 그의 삶에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못사는 사람일수록 아이들은 대책없이 낳고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가난은 대대로 세습된다. 살림의 장남도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고 대도시로 가출해버리지만 남는 것이라고는 빚에 묶여 노예처럼 막노동에 시달릴 뿐이다. 인도의 속담에 조금은 행복하고 조금은 슬프게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속에 비춰지는 인력거꾼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한 듯 하다. 모아둔 돈을 보며 자신의 꿈에 조금씩 다가선다는 희망은 행복하지만 극히 짧은 시간이다. 병든 아내에게 약값과 병원비로 써야 할 돈을 뭉텅이로 덜어내는 샬림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아까와서가 아니다. 자신의 평생이나 다름없는 시간동안 티끌처럼 모아둔 돈으로 삼륜차를 사려는 그의 희망이 사라져서였다.


샬림이 그토록 삼륜차를 사려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도시를 횡단하는 인력거가 흉물이라는 판단하에 정부가 없어려하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샬림은 자기가 편하고자 삼륜차를 사려는 게 아니었다. 더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없어질까봐 그렇게 돈을 모아 세상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었다. 10년전 피살된 아버지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모아둔 적은 돈으로 위령제를 지내는 마노즈는 도시를 떠났다. 더 이상 그가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였다.


영화 중간중간 인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 화면을 가득채웠다. 자연의 풍광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아름답지만 그 아래 땅을 밟고 사는 사람의 삶은 왜 그리 신산한 건지, 신발을 신으면 손님이 원하는 만큼 빨리 달릴 수 없어 맨발로 달린다는 늙은 인력거의 말, 사람을 태울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해 지나가는 외국인을 상대로 땡그랑 거리는 종을 파는 모하메드의 일화는 비록 웃기는 이야기지만 그 웃음속엔 슬픔이 배어있다. 인도의 캘커타 인력거꾼은 클락션 대신 종을 흔든다. 마치 늙은 소에 매다는 워낭처럼.


오프닝과 엔딩부분에서 샬림은 촬영팀에게 찍지 말라고 거칠게 몰아붙인다. 무슨 심정이었을까 영화소재로, 취재대상의 피사체로만 보여지는 자신의 보잘것 없는 삶이 부끄러웠나. 촬영팀이 그를 안아 주는 장면에서 영화의 파격이 보였다. 그리고 부둥켜 안은 모습에서 삶은 우리나 그들이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붙이고 사는 곳만이 다를 뿐이다.

 

 

 

 

 

 

 


오래된 인력거 (2011)

My Barefoot Friend 
9.6
감독
이성규
출연
샬림, 마노즈 꾸마르, 이외수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