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악인은 너무 많다 - 나두 한번쯤 착하게 살아볼까 했었건만

효준선생 2011. 12. 10. 18:00

 

 

 

 

 

한국 영화, 그 중에서도 조금 독한 영화를 보다 보면 저런 배우를 어디서 캐스팅했을까 싶게 인상적인 캐릭터의 배우를 발견하게 된다. 신기하다. 어디 숨어있기도 쉽지 않을텐데. 예전에 어느 작품에서 나왔다더라 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배우정도라면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킹이다. 오늘 그런 배우 한 명을 만났다. 영화 이끼에서 주인공의 등장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하성규역으로 등장, 일말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했던 김준배라는 배우다. 영화 시사회가 끝나고 용무를 보러 나오니 건장한 체격에,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몽타쥬의 그가 상영관 입구에 서있었다. 방금 전 스크린을 통해 잭 나이프를 유려하게 흔들어 대던 그와 현실에서 조우하다니. 움찔하게 만들었다. 배우의 카리스마가 체화된 순간이었다.


영화 악인은 너무 많다에서 배우로서 단독 타이틀롤을 맡았고 자신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포스터 전면에 내걸린 모습이 뿌듯해마지 않을 듯 싶었다. 영화 시놉시스 역시 그의 이미지에 걸맞는 느와르풍이라서 그런지 위에서 언급한 그런 느낌은 에스프레소 커피만큼이나 진했다.


영화 오프닝부터 살벌하게 시작했다. 불륜 장면을 들통난 남편을 겁박해 돈을 뜯어내는 장면이야 흔한 케이스지만 그에게 자존심 상하는 말을 하는 남자의 뒤로 다가서 잭 나이프로 간단하게 刺傷을 입히는 모습을 보니 “오우, 이 영화 만만치 않겠다”라는 기분을 들게 했다. 뒷조사를 해주며 돈을 챙기는 이른바 흥신소 사장 겸 행동대원인 강필, 아내와의 불화로 아이의 양육권 문제를 놓고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던 차에 간단해 보이는 심부름 하나 해주고 돈 천만원을 받는다. 이 돈을 변호사에게 지급했지만 도난 수표란다. 열받은 그는 돈을 준 여자의 행방을 쫒다 생각보다 큰 수렁에 빠져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국형 느와르는 무엇일까 2000년 들어 가장 멋진 느와르로 손꼽히는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이나 원빈의 <아저씨>등과 비교하면 이 영화는 매우 투박하다. 잔손이 거의 가지 않은 날 것의 냄새가 폴폴 난다. 여건상 할 수 없는 디테일을 감안하고 보자면 여타 느와르 영화와는 무엇이 다를까 등장인물이 많고 사건과 부수적인 액션장면도 첨가해서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하게 꾸미지는 못했지만 배우 김준배의 잠재적 능력은 얼추 다 뽑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의 눈빛은 정면을 응시하지 않는다. 뭔가에 쫒기듯, 혹시 결핍된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눈빛이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음에 각각의 인물의 비중은 상대적인 무거웠다. 그걸 간과해 버리면 낭비가 된다. 강필이 휘두른 칼에 찔린 자들이 언제 복수의 칼날을 휘둘러댈지 모르는 음험한 분위기 역시 또 하나의 배역이 되는 영화다.


인천의 영종도와 차이나타운을 오가며 일제시대에 감춰진 보물찾기를 하며 하나둘 밝혀지는 진실들, 제 아무리 어깨에 힘을 주는 남자라도 결국 딱 한가지를 놓치게 되면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영화 제목 악인은 너무 많다라는 직설적인 듯 하면서도 뭔가 숨겨 놓은 늬앙스는 결말 부분에서 폭로된다. 그리고 다시 포스터를 보았다. 골목하나만 들어서면 이라는 작은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정답이었다.


남들은 하려고 하지 않는 일, 수요가 있고 돈벌이는 해야 했기에 나섰던 직업답지 않은 직업, 만나는 사람에게 믿음을 줄 수도 또 믿음을 받을 수도 없는 황량한 나대지에서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벌레처럼, 우리 주변의 적지 않은 강필은 오늘도 차갑게 식은 군만두를 뜯어 먹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인지도 모르고. 

 

 

 

 

 

 

 

 


악인은 너무 많다 (2011)

Too Many Villains 
9.7
감독
김회근
출연
김준배, 송지은, 권오진, 공유석
정보
범죄 | 한국 | 75 분 | 201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