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물없는 바다 -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어 주세요. 아주 천천히

효준선생 2011. 12. 7. 02:08

 

 

 

끝을 모르고 달리는 영화들 사이에 이런 류의 영화도 있음을 알게 되서 며칠 동안 아리기만 하던 명치끝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상처 하나 둘 없는 사람이 없기에 그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고 잘 쓰다듬어 최소한 겉으로 들어나 성이 나지 않게 해줄 사람 하나 생긴다는 건 누구에게나 행복한 일이다.


치아가 부실해 그렇게 좋아하는 알타리 무 한 조각 제대로 씹지 못하는 노인에게는 의치가 바로 천군만마이듯, 동생의 죽음을 제 탓으로 여기며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 하는 여자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어오는 남자는 바로 천사의 재림이 아닐까 비록 간혹가다 걸쭉하게 욕을 내뱉고는 하지만.


틱 장애인인 동수는 선한 눈빛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욕지꺼리를 해대는 통에 제대로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슈퍼마켓 배달 알바와 복싱 스파링 파트너를 해가며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청년 동수에겐 최근 작은 희망이 생겼다. 일주일에 두 번 혼자 사는 예리의 옥탑방을 찾아가 그녀의 흔적을 엿보는 재미다.


가지지 못한 자, 힘 없는 자들에 대한 물리력을 최소화 하고 동수와 예리 커플에게만 집중하려는 시도는 부담이 없었다. 큰 사건을 이미 겪은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 보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을 그렸기에 다소 싱거운 맛이 없지 않으나 범상치 않아 보이는 그들의 행적을 잠시 엿보고 그들이 서로를 기댈 수 있는 나무등걸 삼아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은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 진다.


영화 제목 물없는 바다는 은유적이다. 바다도 나오지 않는다. 예리가 말하는 바다는 자살한 동생이 그토록 그리워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동생의 잔영이 잔존하는 예리의 마음속에 동수가 어느 정도 자리잡았는지 모르겠다. 타일 바닥에 형광빛으로 바다 동물이 어리고 그걸 랜턴으로 비추며 희미하게 웃는 그들에겐 비로소 미래가 열린 것일까.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배우 김동현의 연기를 접하고는 저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를 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났다. 꽃미남과 배우들과는 다른 강렬하고 순박한 이미지를 모두 가진 그에게 이번 작품은 분명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비록 스케일은 작은 영화지만 전체적인 짜임새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폼새가 상당히 안정적이다.


추운 겨울은 따뚯한 봄을 담보하기에 버틸 수 있고 바다는 늘 뭍에서만 살고 있기에 좀더 그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올 겨울 자신의 상처 뿐 아니라 타인의 상처를 보다듬어 줄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물 없는 바다 (2011)

Sea without Water 
9
감독
김관철
출연
김동현, 유주희, 신철진, 강도용, 석경아
정보
드라마 | 한국 | 88 분 | 2011-12-08